[18대‘맞수’] 기업 전문 vs 의료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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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금융 선진화와 관련 입법에 주력하겠다.”(한나라당 조윤선(42) 당선인)

“에이즈 감염 혈액에 대한 실태를 고발하고 관련 법안을 입안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의료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목표다.”(통합민주당 전현희(44) 당선인)

서울대 84학번에 여성 변호사, 그리고 수려한 외모.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는 조·전 두 당선인에겐 공통점이 많다. 사법시험에 도전한 과정도 비슷하다. 둘은 각각 법대가 아닌 외교학과와 치의대를 졸업했다. 조 당선인은 외교관이 꿈이었고, 전 당선인은 대학 졸업 후 3년여간 치과의사로 일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에겐 법조인 남편이란 공통점도 있다. 조 당선인은 27일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을 보며 법학이 이론과 실무가 가까운, 매력 있는 학문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전 당선인은 “ 남편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걸 보면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법조인으로서 걸어온 길은 약간 다르다.

조 당선인은 전 당선인보다 5년 일찍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3기)에 합격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변호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주로 기업 법무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엔 한국씨티은행 부행장(법무본부장)에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전 당선인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곧바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혈우병 환자들의 집단적 에이즈 감염에 대한 무료 변론,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부실에 대한 실태 고발 및 법 개정 작업 등을 주도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치에 발을 담그게 된 과정도 차이가 있다. 조 당선인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캠프 대변인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지만, 전 당선인은 입법운동 등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게 됐다. 그만큼 두 사람의 관심 분야도 다르다. 조 당선인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주목한다. 그는 “그간의 각종 규제가 이명박 정부에선 꼭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전 당선인은 소외받는 계층의 의료 복지 확대가 주 관심사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입당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는 전 당선인은 “민주당이 소외계층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본다”고 했다. 서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조 당선인은 “전 당선인은 치과의사이자 변호사라는 좋은 경력을 지녔다. 당을 떠나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당선인은 “조 당선인은 참 멋있는 여성이다.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받았다.

이가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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