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외국연구없이 말만익히기대학 외국어교육 반성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요즘 외국어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읽고 해석하기에서 말하고 듣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또하나 논의돼야할 것이 있다.
외국어 교육은 궁극적으로 그쪽 지역과 사회에 대한 연구에 통합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이것은 외국어는 왜 배워야 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의 대학들은 외국어 학과는 많은 데 비해 이 언어들이 사용되는 지역을 연구하는 학과는 전무하거나 드물다.
외국어 공부에는 그처럼 정력을 쏟으면서 그 언어가 쓰이는 지역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소홀해도 될지 의문이다.
생각건대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상대국과의 교류에 있어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상대국에 대해 잘 모르고 상대국 언어만 잘 알면 실속을 차릴수 없을 것이다.
또 상대국을 모르면서 그 언어만을 사랑한다면 그나라 문화의 노예가 되기 쉽다.
대학다닐 때 영어를,불어를 좋아하고 잘했기 때문에 그 나라를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기를 쓰고 미국행.프랑스행을 택했지만 뒤늦게서야 외국사회의 새로운 실상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학생들이 특정지역에 가서 일하게 되고 그 지역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며 그래서 외국어가 필요하다면 영문과(美文科).日文科보다도 영국학.미국학.일본학의 일환으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서구에서 한국어는 한국학의 일부로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적 역할을 맡는 전문직종과 전문인을 보면 필수과목으로 영어 그리고 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 대학의 학과분류에 따른 개별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전부이며 채용과정도 이 두가지를 측정하는데 그친다.
이같은 제도를 생각할 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지역문제에 대한전문성은 이론없이 실무경험과 재치로 되어 있다는 관찰이 가능하다. 각 지역에 대한 종합적.학문적 연구 바탕에다 실무경험을 쌓게 한다면 더 우수한 지역전문가가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학계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문제 전문학자는 해당국에 유학하면서 그 나라의외교정책.역사.문학.법 가운데 하나를 공부한 사람이 주가 된다. 종합적이고도 학문적인 접근없이는 역시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져보고 말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