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삼성전자 영업이익 2조154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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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특검과 반도체 가격 폭락, 원자재 가격 급등의 3중고를 헤치고 ‘깜짝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본사 기준으로 매출 17조1073억원, 영업이익 2조154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25일 발표했다. 증권가 예상치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보다 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 이상 늘었다. 전자업계의 비수기인 1분기에 삼성전자가 2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 회사 주우식(IR팀장) 부사장은 “1분기엔 선진국 경기 위축, 메모리 시황 악화, 원자재 가격 급등, 경영 계획 미확정 등 어려운 여건의 연속이었다”며 “환율 상승으로 3000억원 정도 이익이 늘었고 마케팅 비용 감소와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로 좋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LCD와 휴대전화가 호조를 이어갔다. LCD는 부가가치가 높은 117㎝(46인치) 이상 대형 패널이 100만 장 이상 팔리면서 분기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휴대전화도 선진국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4630만 대를 팔아 통신 부문에서 9200억원을 남겼다. 반도체는 흑자가 1900억원에 그쳤지만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모조리 적자를 낸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를 계기로 특검 수사 기간 중 미뤄왔던 투자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올해 중 반도체에 7조원, LCD에 3조7000억원 등 모두 11조원 넘게 투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일본 소니와 공동으로 충남 탕정의 8세대 LCD 라인에 1조7957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7라인, 8-1라인에 이어 내년 양산에 들어가는 8-2라인에도 소니가 참여하는 것이다. 2009년 완공되는 샤프의 10세대 라인에 소니가 참여하면서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관계를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 호재로 작용해 코스피지수가 1.4% 오르면서 1800선을 넘어섰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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