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시라소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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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라소니는 독불장군식으로 언제나 어디든 자유롭게 다녔고, 상대가 몇이든 오직 혼자서 맨몸으로 싸웠다. 시라소니에 대해 만화가 방학기는 싸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나이라고 묘사했으며, 유지광은 그의 자서전에서 아시아 최고의 싸움꾼이라 칭했다.

“시라소니가 이북에서 내려온 후배들을 위해 곤조를 부리면 어느 누구도 말릴 사람이 없었다” “조창조씨는 ‘70년대의 시라소니’ ‘마지막 낭만파 건달’로 불리던 주먹계의 전설이었다”에서 쓰인 ‘시라소니’ ‘곤조’ 등은 문제가 있는 단어들이다.

‘시라소니’는 ‘스라소니’가 맞는 말이다. 살쾡이와 비슷한 고양잇과 동물로 몸길이는 1m 정도이고 잿빛을 띤 적갈색이나 갈색에 짙은 반점이 있다. 토끼·노루·영양 따위를 잡아먹으며 호랑이에게서 볼 수 있는 볼수염이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대부분 ‘시라소니’가 맞는 말인 줄 알고 그렇게 쓰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아직 ‘스라소니’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사냥 규제로 핀란드와 러시아 접경지대에서 늑대·스라소니·불곰 등의 수가 급증하면서 순록들의 희생이 커졌다” “사막 스라소니는 주로 땅에서 활동하지만 도약과 나무 타기를 매우 잘한다”처럼 쓸 수 있다.

‘곤조’라는 말도 좋지 않은 성격이나 마음보,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은 본색, 나쁜 근성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일본어다. 문맥에 따라 ‘근성, 본성, 심지’ 따위의 적절한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하겠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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