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쑥호두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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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가 맏며느리인 어머니는 식구보다 더 많은 손님들로 늘 바쁘셨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제가 안타까울 정도였죠. 그래도 어머니는 불평 한마디 없이 일을 척척 해내셨어요. 특히 봄이면 인근 밭에서 쑥을 잔뜩 뜯어와 풍성한 식탁을 차리곤 하셨지요. 집안일에서 벗어나 봄철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오신 뒤에 만든 요리는 어느 때보다 향긋했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쑥호두경단을 가장 좋아했어요. “엄마는 왜 힘들게 이런 것까지 만들어?” 타박하면서도 식구 중에 제가 경단을 가장 많이 먹었지요.

한 가정의 주부가 된 이제야,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식구는 물론 손님께 대접하던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됐어요. 어머니 옆에서 틈틈이 익힌 요리솜씨 덕분에 제법 칭찬도 많이 듣는답니다.

이번 주에는 식구들과 가까운 야외에 나가 쑥을 캐와야겠어요. 어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제 아이에게 쑥호두경단 만드는 법을 가르쳐줄 겸 해서요. 내 손으로 만든 경단을 이웃과 나누며 어머니께서 느끼셨을 그 행복함과 뿌듯함을 맛보렵니다.

(정정화·35·서울시 도봉구 창2동)

■ 재료=쑥, 찹쌀가루, 튀김기름, 꿀, 호두, 잣가루, 소금, 뜨거운 물

■ 만드는 법=쑥을 곱게 다져 찹쌀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은 후, 소금을 약간 넣은 뜨거운 물을 붓고 치대 약간 되직하게 반죽해 30분 정도 둔다. 반죽을 알맞은 크기로 떼어 동그랗게 경단을 빚어 170도 온도의 기름에 튀긴다. 기름에 넣기 전 경단에 작은 구멍을 내야 터짐을 방지할 수 있다. 꿀에 다진 호두를 넣어 섞은 뒤 튀긴 경단을 넣고 잘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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