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기상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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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쇼윈도에 내걸린 옷에도 변화가 인다.날씨와 함께 바뀌는 사람들의 기분을 먼저 읽고 대비하는 것은 이제 기본적인 상술(商術)이다.예를 들어 옷가지만 해도 온도가 섭씨 15도 아래로 떨어질 때는 긴 소매에 눈이 쏠린다.날씨가더욱 쌀쌀해져 10도 아래로 내려가면 이젠 엷은 스웨터류에,2도보다 더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포근한 털옷에 눈길이 간다.
쇼윈도의 변화에도 이러한 기상정보들이 숨어있다.
날씨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활동 구석구석에도 영향을 미친다.농업이나 항공.해운 등의 분야에서 기상정보의 활용은 절대적이다.기상정보의 활용으로 제트여객기 한대가 연료절감 등으로얻는 이익이 연간 1만5천달러에 달하고 농작물의 생산을 20%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투기적 거래가 성행하는 곡물시장에서는 기상정보의 신속한 입수가 생명이다.그래서 곡물 메이저들은인공위성에 전용회선을 확보하고 전세계의 기상정보 수집에 열을 올린다. 가전(家電)이나 의류,식.음료품시장에서도 기상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여부가 판매의 승부처가 되기도 한다.지난해에는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 처음 참여했던 한 업체의 과감한 물량 확보가 화제가 됐다.그전 두 해 동안의 이상저 온에따른 재고 누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에어컨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대조를 보인 이 회사의 전략은 지난해 여름 무더위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고 물건이 달리자 추가 물량까지 생산해내는 발빠름을 과시했다.이러한 성공 의 뒤에는 일본기상청의 장기예측자료를 통해 더위를 예상하고 더위의 정도에 따른복수의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기상정보를 활용한 치밀한 사전준비가 깔려 있었다.
날씨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불가능하다.문제는 확률과 정보의 가공도(加工度)다.단기예보 수준에서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확률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장기예보 능력이나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정보 제공 면에선 아직 한참 뒤떨어져있다. 미국에는 24시간 날씨 관련 프로그램만 내보내는 웨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수백개의 민간 기상회사가 성업중이다.우리나라에서도 기상사업의 민간 참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업무영역의 제한이나 인력 확보의 어려움등 문제점도 있어 보 이지만기상정보 활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좋은 계기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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