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라는 공간에 갇혀 세상 모르게 될까 두려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생활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나는 항상 늘 두려운 것이 있다”며 “이 청와대라는 공간에 갇혀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세상은 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변할까 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구석구석 살피는 게 정부의 큰 책임”이라며 “될 수 있는 한 갇혀 있지 않고 (청와대 밖으로) 나가려 한다. 나가서 많은 것을 직접 접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재외공관장들을 부부 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다.

특히 “외교에선 국익이 최고이자 최우선이다. 교류도 국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오직 국익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금은 이념이나 남북의 대립 시기가 아니다. 상대국과의 경제·자원외교를 통해 국익에 무엇을 기여할까를 생각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눈에 보이는 건 별로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대단하다”며 “새 정부의 대사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다. 또 “이번에 미국·일본을 가보니 현직 대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대사가 먼저 변해야 공관의 모든 직원들도 대사의 모습을 보고 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잘나갈 때보다 지금처럼 (경제환경이) 어려울 때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름을 100% 수입하는 국가의 정부가 유사시에 대비한 장기대책 없이 그때그때 일이 생기면 대응하고 있다”며 “조그만 중소기업도 그렇게 안 한다”고 말했다. 자원 외교나 에너지 외교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과거의 외교 관행에서 탈피하라는 질책이자 당부였다.

이 대통령은 “능력이 있으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보다,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공관장회의 일정이 다 끝나면 좀 쉬다 가시라”고 이례적으로 휴식을 권했다. “여러분 한두 사람 없다고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