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치개혁법] '돈 선거 막기'는 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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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은 과거와 크게 다른 선거환경에서 치러진다. 지난 9일 개정된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등 정치개혁법에 따라 정치자금 기부 및 모금 한도가 대폭 줄었고, 합동연설회.정당연설회도 없어진다. 19일 세미나에서 학자들은 개정 내용이 투명성 측면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선자금 비리 수사로 촉발된 국민적 불신을 의식해 내놓은 즉흥적 조치"(전용주 동의대 교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국고보조금 및 선거공영제=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주로 총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국고보조금을 "소액다수 후원금이 많은 정당에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른바 '매칭 펀드'시스템이다. 세금이 지원되므로 각 당이 재정면에서 자구노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朴교수는 또 국고보조금 산정.배분 방식을 국회의원이 아닌 중립적 기구가 결정토록 하자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정당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켜 신생 정당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고보조금 중 정책개발비의 비율은 현행 30%에서 50%까지 상향조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선거공영제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사용된 비용도 보전해줘야 한다고 朴교수는 덧붙였다.

◇정치자금=개정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기부 자체가 금지된다. 중앙당 및 시.도당의 후원회도 2006년에는 폐지된다. 불법 정치자금 파동을 계기로 아예 정치자금의 유통 경로가 막히다시피 한 셈이다. 전용주 교수는 "자금 유통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의사소통이 저하돼 유권자가 후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부한도 축소 역시 오히려 후보자 간 불공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치인에 대한 기부한도가 낮을수록 현직 후보에 비해 비현직인 도전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全교수는 정치자금 모금 및 분배에 관한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비슷한 정치적 이해를 가진 기부자들이 소액을 모아 큰 돈을 기부하는 정치자금 모금단체의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단체 활동과 인터넷 문화=대통령 탄핵 정국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교환되는 공론과 시민단체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 김의영 교수는 "선거운동을 하려는 단체는 선관위에 사전 등록하게 하고, 낙선.당선운동을 하는 단체는 운영.사업 자금의 조성 내용을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정동규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네티즌 인구가 많은 20대의 투표율은 56.5%로 예상외로 낮았다"며 "온.오프라인의 참여가 결합해야만 참여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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