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otry] 스시, 미국 돌아 유럽 찍고 한국에도 열풍 … 그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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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구인들은 날생선을 먹는 일본인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물론 한참 옛날 얘기다. 요즘 미국에서 스시와 사시미는 부자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분류된다. 외면당했던 식품이 동경의 대상이 된 것이다. 미국에선 동네 수퍼마켓에서도 캘리포니안롤을 팔 정도로 스시는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스시 경제권에 편입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세계화에 성공한 스시 바람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을 중심으로 반경 1㎞ 안에 ‘시푸드 레스토랑’ 네 개가 몰려 있다. ‘보노보노’(테헤란로), ‘토다이 삼성점’과 ‘씨푸드오션’(영동대로 남쪽), ‘토다이 코엑스점’(봉은사로)이다. 메뉴는 대동소이하다. 다양한 종류의 생선초밥(스시)을 길게 늘어놓은 스시바가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고, 샐러드·해산물·튀김·중국음식이 곁들여진다. 회가 핵심인 정통 일식 메뉴는 아니다. 일식의 세계화를 선도한 캘리포니안롤로 대표되는 서구화된 스시가 주류다. 미국과 유럽에서 일식 열풍을 일으킨 스시 뷔페다. 식당 형태도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레스토랑 사업에 신세계·CJ·LG패션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활어회 를 좋아하는 한국도 이젠 스시 경제권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한국도 스시 경제권?=스시 뷔페 형태의 시푸드 레스토랑은 2006년 3월 미국계인 토다이가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열면서 국내에 소개됐다. 이 식당은 당시 평일에도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 뒤 여러 기업이 달려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100여 개의 시푸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재료비가 비싼 스시 뷔페의 수지 타산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중소형 식당들이 간판을 내리기 시작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 보노보노가 서울 삼성동과 마포에 이어 22일 대중화 브랜드인 보노보노M 홍대점을 열었다. LG패션은 미국계 ‘마키노차야’를 사들여 LF푸드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고급을 표방하는 반면 CJ와 제너시스는 대중화된 스시 뷔페를 지향하고 있다.

활어회에 길들어 있는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씨 케이프 타운’ ‘드마리스’ ‘오아제’ 등 부산 토종 시푸드 레스토랑이 문전성시다. 부산은 생각지도 않았던 대기업들도 이젠 부산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부경대 조영제(식품생명공학부) 교수는 “시푸드 레스토랑의 인기 때문에 부산의 횟집들이 한물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왜 ‘스시 경제’인가=스시에 대한 열광은 요즘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에 서구에 스시로 일식 바람을 일으켰다. 미국 부자들이 사는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에 최고급 일식 레스토랑이 들어서며 할리우드 배우와 부자들이 즐겨 찾으면서다. 일식은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은 것이 먹힌 것이다. 웰빙 문화는 이런 바람을 더욱 부추겼다. 경희대 김태희(외식산업학과) 교수는 “스시는 육류 위주 식단으로 비만이 사회문제가 된 서구사회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서구인들은 스시를 음식뿐만 아니라 고급 동양문화를 상징하는 문화상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제 교수는 “일본은 스시를 표준화하고 과학화함으로써 세계화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사샤 아이센버그는 『스시 이코노미 』란 책에서 “스시는 제트기로 날생선을 운반해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한 20세기 후반 문화의 한 상징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박근용 신세계푸드 외식담당 상무는 “스시 뷔페형 시푸드 레스토랑은 올해 1100억원대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선희·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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