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작은 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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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해인(1945~) '작은 언니'

동생이 나에게
작은 언니!라고 부를 적마다
내 마음엔 색색의
패랭이꽃이 돋아나네

왜 그래? 대답하며
착해지고 싶네

이슬 묻은 풀잎들도
오늘은 나에게
작은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아

그래 그래
웃으며 대답하니
행복하다… (후략)



목련이 피었다. 목련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착해진다. 하늘의 별밭이 온통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늘엔 별, 땅 위엔 꽃, 그 사이로 새와 사람이 날아간다. 새는 날개로 날고 사람은…. 희망의 펄럭임으로 날아오른다. 목련꽃 그늘 아래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의 공원, 하늘의 극장, 하늘의 시장, 하늘의 레스토랑, 하늘의 분수대가 모두 날아오르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빨간 양말을 신고 파란 콧수염을 달고 노란빛의 피에로 눈을 달고 사람들은 공중에서 만나 어깨동무를 하며 껄껄 웃는다. 나도 함께 웃다가 눈을 뜬다. 순백의 꽃 지천으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이곳은 또 어디….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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