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변단체 이젠 홀로 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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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간운동단체에 대한 예산지원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민자당은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와 자유총연맹이 각각 요청한 20억,21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에도 비슷한 규모를 지원토록 정부에 요구했다.이와 함께 내무위에 계류중인 「민간운동단체 지원에 관한 법률」도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하자 야당이 관권선거획책이라고 발끈했다는 것이다.
지난날 민간운동단체가 사회교육적인 면에서 상당한 공로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순수한 취지를 벗어나집권층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기 일쑤였고,그때마다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민간운동단체」란 좋은 뜻이 「관변(官邊)단체」란 아름답지 못한 이름으로 바뀐 것도 바로 이때문이 아닌가.
지난해 3월 이회창(李會昌)당시 국무총리가 관변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전면중단토록 지시해 박수를 받은 것도 이같은 민심을반영한 것이었다.또 당시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은 이같은 정부방침을 「개혁의 상징물이자 징표」라고 표현했었다 .또 최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관청건물안에 있는 관변단체들의 사무실을 비우도록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관변단체가 사회교육에 이바지한 공이 크므로 연수시설 유지.보수비 명목으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민자당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정책의 일관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지원을 끊기 위한 과도적인 한시적 지원 이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총선(總選)전략이라는 야당의 분석도 있지만 그것도 도식적인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우리의 유권자 수준으로 보아 관변단체를 동원한 선거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誤算)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야당 의 관권선거획책 주장도 기우(杞憂)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민간단체가 정부지원을 받아 국민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던 시대는 지났다.비영리.비정치적인 순수한 단체라면 오히려 정부의 지원을 스스로 거절하고,뜻을 같이 하는 단체.기업.개인의 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민자당의 관변단체 지원 요구는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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