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이라크 동거'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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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1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군사당국 간 협의에서 한국군의 추가 파병 예정지역인 북부 타밈주에서의 군 활동 범위, 작전권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미국은 최근 타밈주의 치안 악화 등을 들어 주도(州都)인 키르쿠크시 공항, 하위자 등에 미군이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우리 측은 당초 예정대로 독자지역(타밈주 전체)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파병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에 따라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더 협의키로 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한국 측은 '독자지역 담당 및 재건지원'원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3지역에 파병하는 방안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파병 부대(자이툰) 편성 후 두번째로 열린 한.미 군사당국 간 협의에서도 파병의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음에 따라 4월 초.말로 예정된 선발대 및 본대 파견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군 편제.장비론 안전 확보 못한다"=미군 측은 한국이 평화.재건임무에만 국한할 경우 타밈주 통제는 물론 한국군의 안전 확보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점인 수니파 트라이앵글(바그다드-팔루자-티크리트)에 대한 소탕작전을 강화하면서 저항세력 일부와 다른 테러조직들이 하위자 쪽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쿠르드족과 터키계.아랍계 주민들 간에 지역 관할권을 둘러싼 반목이 유혈충돌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미 측은 키르쿠크 공항(여단사령부와 2개 대대 주둔), 하위자 지역(1개 보병대대 주둔)과 딥스 지역(포병중대 주둔) 등에 일부 병력을 잔류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이툰 부대는 이들 지역.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독립작전은 국회 동의 사항"=하지만 한국 측이 미군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정부의 국회 파병 동의안에 걸린다. 정부로선 총선을 앞두고 "타밈주에 미군과 공동주둔할 경우 한국군이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타밈주 외의 제3지역 파병안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은 한국이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 미군부대 교체 계획에 혼선이 우려된다면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에 따라 우리 군이 타밈주 전체를 맡고 잔류 미군을 작전 배속하는 방안 등을 놓고 미국과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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