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투자계획 축소-설비증설 연기.자동화시설은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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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기업들이 최근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줄이는 대신 생산성향상을 위한 자동화투자는 늘리는 등 투자계획을 잇따라조정하고 있다.
이는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 내수판매여건이 불투명한데다 엔低현상 등 환율 급변동으로 수출환경도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26일 올해초 짰던 투자계획을 다시 월별로점검.조정하고 있으며 올해 전체로는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 비서실의 김우일(金宇鎰)이사는『환율예측마저 어려워 시설개.보수 등 꼭 필요한 투자외에는 신중을 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패밀리 레스토랑」사업에 대규모 신규투자를 할 예정이었었으나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최근 방침을바꿨으며 일부 공장이전.설비증설등도 연기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총투자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1조원 줄인 7조여원 수준으로 묶기로 한 데 이어 내년에도 올해보다 소폭 늘린수준에서 조정키로 했다.
삼성그룹 비서실 장충기(張忠基)기획담당이사는『반도체.자동차 등에서 시기적으로 꼭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관계로 총투자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그러나 불요불급한 투자는연기하는등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쌍용그룹 등은 자본재 비중이 높은 업종특성상 당장 투자규모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나 非주력부문에서의 일부 조정을검토하고 있다.
코오롱.고합그룹 등은 내수경기둔화에 맞춰 섬유부문의 신규투자를 미루는 등 경영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효성.진로그룹은 최근 경기전망과 관련된 분석자료를 각 계열사에 배포하고 대책수립을 지시했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올 하반기 및 내년도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안경테 메이커인 ㈜서전의 김기홍(金基洪)상무는『연내로 계획했던 라인 증설을 보류하는 등 경영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고말했고 특수강메이커인 동방금속도 신규투자는 무기한 연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불황에 대비한 자동화.생산성투자는 오히려 늘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전자업계의 경우 하반기 경영 최우선목표를 「채산성 확보」에 두고 원가절감센터를 설치(현대자동차)하거나 코스트이노베이션(비용혁신)팀을 구성(LG전자)하는 등 관련투자 확대방안을마련중이다.
〈趙鏞鉉.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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