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400년 전‘경상감영 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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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대구시 포정동 경상감영공원에서 ‘경상 감사 순력’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400년 전 의상과 가마를 이용해 경상도 감사의 행차를 재연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타∼종!” “타∼종!”

19일 오후 2시 대구시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엄고수(嚴鼓手·교대의식 중 북으로 신호를 보내는 사람)의 우렁찬 구령에 맞춰 팔각정의 종이 8차례 울렸다. 2008년의 끝자리 8을 의미하는 횟수다. ‘2008 경상감영 풍속 재연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타종이다. 이어 경상감영의 정청(政廳·정사를 돌보던 곳)인 선화당에서 고천무가 펼쳐졌다. 신나게 북을 두드리며 하늘에 행사를 알리는 의식이다.

관람객의 눈길을 끈 것은 경상감사 순력(巡歷)이었다.

순력은 경상도 감사(관찰사)가 주민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관내 각 지역을 둘러보는 민정시찰이다.

맨 앞에는 풍물단이 꽹과리와 징을 치며 대열을 선도하고 노란색 의상을 입은 취타대가 뒤를 따랐다. 취타대 뒤에는 감사의 행차를 알리는 깃발과 군기를 든 병사가 늘어섰다. 그리고 자주색 도포 차림의 감사를 태운 가마를 군관들이 앞뒤에서 호위했다. 45명의 참가자들은 고증을 거쳐 제작한 의상과 가마를 이용해 4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조선시대에는 300여 명이 감사의 행차에 참가했다고 한다. 이 행사를 맡은 ㈜예문관의 김수한(45) 영남본부장은 “절도 있는 행사를 위해 순력 참가자를 해병전우회원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감사 행차는 경상감영공원~중부경찰서~서성로 구간에서 열렸다. 많은 시민과 외국인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로 행렬을 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생활을 보여 주는 행사가 시작됐다.

이 행사는 10월 말까지(7, 8월 제외)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다.

올해 3년째이지만 이전보다 규모가 커지고 시민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가장 중요한 행사는 역시 경상감사 순력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청이 남아 있는 곳에서 여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다음달부터 경상감영공원∼종로∼약령시 거리를 왕복하는 2㎞ 코스에서 감사 행차 행사를 연다. 행렬이 가는 곳마다 다양한 거리 행사도 펼쳐진다.

특별행사도 준비돼 있다. 경상감영 군사의 출정의식을 담은 담은 군례의식·전통혼례·성년식·과거제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또 북이나 종으로 시간을 알리는 경점시보의식, 가마 타고 경상감영공원 돌기, 형벌 재연, 민속놀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즐길 수 있다. 영국인 엠마(27·여·영어교사)는 “한국의 전통 행사를 처음 봤다”며 “모든 이벤트가 아주 인상적”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홍권삼 기자

◇경상감영공원=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소재지에 조성된 공원. 안동에 있던 경상감영이 대구로 옮겨지면서 선조 34년(1601)에 건립됐으나 세 차례 불이 나면서 순조 7년(1807)에 재건됐다. 경상감사의 집무실인 선화당(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호)과 감사의 처소인 징청각(대구시 유형문화제 제2호) 등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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