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咸興差使-갔다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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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중국의 독점물이 아니다.우리 말 중에도재미있는 표현이 많은데 함흥차사(咸興差使)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咸興은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고향이며 差使란 조정에서 현안(懸案)이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 해 보냈던 관리를 뜻한다.
조선 건국 후 태조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실시하여 정도전(鄭道傳).조준(趙浚)등 개국공신들에게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라는 기구를 만들어 주었다.당시 이 기구는 막강하여 왕족과 사대부들의 불만이 높았다.
게다가 태조가 계비(繼妃)소생인 방석(芳碩)을 세자로 책봉하자 불만을 품은 정비 소생 방원(芳遠)이 태조가 병석에 있는 틈을 타 사병(私兵)을 동원해 방석과 함께 그의 스승이었던 정도전.방번(芳蕃)을 죽이고 방과(芳果)를 세자로 앉혔다.이 사건을 계기로 태조는 무척 상심해 방과에게 양위하니 이가 정종(定宗)이다(1398년).
2년 뒤 방원이 스스로 왕위에 올라 태종(太宗)이 되자 태조는 정치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고향 함흥으로 잠적해 버렸다(1401).
태종은 평소 태조가 총애하던 성석린(成石璘)을 차사로 보내 가까스로 태조를 모셔오기는 했지만 이듬해 다시 함흥으로 가서는감감 무소식이었다.그 뒤 태종이 문안인사차 차사를 보냈지만 그때마다 차사는 돌아오지 않았다.태조는 수차의 간 청에도 돌아오지 않다가 태종이 보낸 무학대사(無學大師)의 간청으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함흥차사라면 갔다가 소식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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