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석탄·몰리브덴 … 이번엔 망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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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광산을 사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92년 회사를 떠나면서 당부한 말이다. 철강회사와 뗄 수 없는 숙제가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철광석·유연탄 같은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포스코는 근래 국제 원자재 시세 급등으로 고충이 크다. 올 들어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에 도입가를 지난해보다 65%, 호주 공급업체와는 유연탄 값을 세 배 이상으로 올려주기로 합의했다. 비축 원료가 많지 않아 가격 협상에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 포스코가 해외 광산 확보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 회사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남아공 칼라하리 망간 광산의 지분 13%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자원개발을 위해 설립된 팔링허스트 컨소시엄을 통해서다. 이 광산이 위치한 노던케이프주는 세계 망간 생산량의 80%를 점한다. 칼라하리 광산의 매장량은 적어도 20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망간은 제강 공정에서 탈산·탈황 기능이 있어 제품의 강도·인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

포스코는 이 광산에 2억 달러를 투자해 2010년부터 연간 자체 소요량의 25%인 13만t의 망간을 조달하길 기대한다. 이 회사는 영국계 광산투자회사 팔링허스트가 주도하는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전 세계 석탄·철광석 광산을 발굴해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2012년까지 운영되는 이 컨소시엄의 투자 규모는 총 15억 달러다.

포스코는 호주 마운트솔리, 캐나다 그린힐스 등 8개 석탄 광산과 호주 포스맥 등 2개 철광석 광산을 지분투자 형식으로 확보했다. 또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의 니켈 광산과 미국 마운트호프의 몰리브덴 광산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해외에 투자한 광산에서 들여오는 원료의 비율은 철광석 15%, 유연탄 22% 정도다. 경쟁사 신일본제철의 각종 원재료 자체조달 비율 33%보다 훨씬 낮다. 이를 두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최근 “회사 후배들이 광산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원재료값 부담이 날로 가중되는 가운데 포스코도 이제는 원료 확보 총력전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1일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가 투자한 광산에서 나오는 원재료의 비율을 10년 뒤 30%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원료 구매 담당인 권영태 전무는 “철광석·석탄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금속 원료에 대해 지속적으로 광산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훈·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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