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이프>쓰레기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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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1면

일본 도쿄(東京)에서 쓰레기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도로를 파엎고 쓰레기차의 출입을 막은 적이 있다.쓰레기가 안 빠지자 도쿄는 화장실 변기가 꽉 막힌 집처럼 엉망이 돼 버렸다.생활이 엉망이 되자 민심이 흉흉해지고 범죄까지 날뛰게 됐다 .그래서「쓰레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던 것이다.
성질이 급하고 깔끔한 사람들은 쓰레기를 태워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태워 줄어든 양 만큼의 쓰레기는 오염된 공기로 흩어진다.이 오염물질중 일부는 기체로 떠돌아다니고 일부는 지면에 흩어져 내리는데 다시는 모아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영국의 흙과 미국의 오대호 밑바닥에서 1850년대 이후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쓰레기를 태웠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무책임한 사람들은 쓰레기를 물에 흘려보낸다.그러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보다는 쓰레기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게다가 오염된 물을 처리하고 나면 도로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 방법은 오염만 훨씬 가중시키는 꼴이다.
반면 느긋한 사람들은 쓰레기를 그대로 둔다.
이 세가지 방법중 어느 것이 가장 현명할까.지구가 하나의 닫힌 공간이므로 밀폐된 실내에서의 쓰레기 처리법에 비유해 보자.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부지런한 것 같으나 가장 잘못된 방법이고쓰레기를 쓰레기장에 그냥 두는 것이 게으른 것 같으나 긴 안목에서 보면 현명한 방법이다.
일본은 전쟁중에 경황이 없어 태우는 방법을 택했다.일단 태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쓰레기의 감량이며 재활용정책은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거기서 끝나 버렸다.동시에 도쿄의 공기도 더 이상 개선될 여지는 없어졌다.군포시민들과 매립 지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쓰레기 싸움」에서도 일본처럼 소각장 건설이 평화협상의 조건으로 내걸렸다.
그러나 매립지로서는 소각이라는 방법을 못박기보다는 냄새나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음식쓰레기와 유독성폐기물의 반입을 거부하고인구당 반입량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뻔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매립지 주민들에게도 더 이롭고,또 시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고 분리하고바로 처리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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