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가정의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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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안정되고 결속력이 강한 단위로 꼽힌다.아빠는 나가 돈을 벌고 엄마는 안에서 헌신적으로 남편과자녀들을 뒷바라지한다.
동.서양과 선.후진국 할 것 없이 이 전통적 가정의 신화(神話)들이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한다.
여성가장(家長)이 크게 늘고「일하는 엄마」들이 보편화되면서 엄마의 역할(mothering)도 달라지고 있다.
뉴욕의 비영리기관「인구 카운슬」의 보고서는 그 글로벌 추세를다섯가지로 요약한다.초혼 및 초산(初産)연령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이 첫째다.늦게 결혼해 자녀를 늦게 두는 경향이다.가정및 가족규모가 갈수록 작아지는게 둘째다.
이집 트는 전체 가정의 72%,필리핀은 64%가 핵가족이다.
그러면서도 가장의 가족부양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점이 셋째다.가장들의 노령화에 반해 자녀들의 교육투자 및 뒷바라지는 날로 치솟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여성가장의 급증,나머지가 맞벌이의 보편화다.아빠 혼자 벌어서는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기가 갈수록 어렵다.「일하는 엄마」의 본격 등장이다.
한쪽 부모 가정의 급증이 가정의 붕괴를 촉진시킨다.이혼.별거.사별(死別).여타 결혼파탄이 으뜸 요인이다.70~90년사이 선진국의 이혼율은 배로 늘었다.미국은 결혼 1백쌍 가운데 평균55쌍이 이혼으로 돌아선다.중진국들의 경우 결혼 해 40대를 넘기지 못하고 이혼하는 여성들이 25%에 이른다.
한쪽 부모가정은 아빠쪽보다 엄마쪽이 7대1로 압도적이다.
미혼모 가장들이 이에 가세한다.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비율은 미국의 경우 28%,북유럽은 25%에 달한다. 미국은 18세미만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68%가 돈을 벌러 나간다.태국과 네팔은 전체 가족수입의 50%를 여성이 벌고,가나와 페루는 가구소득의 30%이상을 엄마들의 벌이에 의존한다.여성가장들의 근로시간은 남성들보다 평균 30~40 %가 길다.자녀들을 제대로 보살필 겨를이 없다.이 상황에서 취업기회나임금 등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속될 경우 여성가장들은 설 땅이 없다고 한다.소녀때부터 「일하는 엄마」의 인식을 심어주고여성지위 및 권한의 강화로 가정을 살리 는 제도적 장치들이「가정정책(family policy)」의 이름으로 고개를 든다.다음달 베이징(北京)의 제4차 유엔세계여성회의에서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지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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