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비디오>"메피스토"-동국대 영화과 교수 정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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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예술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예술가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학생들에게 설명할 때마다 항상 예로 드는 영화가 있다.바로 헝가리 이스트반 자보 감독의 『메피스토』(81년작)다.
대학원 재학시절이던 84년,어느 영화제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이 작품은 나에게 계속 예술과 정치와 성공이라는 문제를 곱씹게 해주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예술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재주있는 연극배우가 나치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지만 결국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는 줄거리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인간의 영혼을 사고파는 악마 「메피스토」역을 맡은 주인공을 통해 소위 「성공」만을 추구하는것이 얼마나 예술을 기만하는 행위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예술대신 권력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인생을 살게 되고 결국 역사의 희생물이 돼버리고마는 몰지각한 예술인들을 경계하고자 한이 작품은 원작자 클라우스 만의 날카로운 풍자를 잘 살려냈다는점에서 원작 못지않은 여운을 준다.자보 감독의 또다른 영화 『레들대령』을 비롯해 『아웃 오브 아프리카』『늑대개』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는 이 영화에서도 권력에빌붙은 인간의 추함을 내면연기로 훌륭히 펼쳐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없어 일일이 말로 설명하느라 고생했는데 곧 비디오로 출시된다니 이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말로 대신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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