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아이템] 패션 속의 예술 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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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힐을 따라 다양한 컬러의 식물들이 엉켜 있는 듯 디자인된 프라다 구두.

한때 전시나 패션쇼를 통해 걸을 수 없을 만큼 볼륨이 큰 드레스나, 거미처럼 여러 개의 소매가 달린 셔츠 등 감각을 한껏 살린 아트 웨어(Art to Wear) 의상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패션쇼는 무대의상처럼 극적인 의상보다 입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부담이 없는 실용적 의상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새로운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패션디자이너들이 직접 예술작품을 만드는 대신, 아티스트와 합동 작업을 하는 거죠. 또는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거나 의상에 작품의 일부를 응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이제 ‘아트’는 아티스트에게 완전히 맡겨 버린 걸까요? 아무튼 보는 사람의 눈은 즐겁습니다.

이번 시즌 이브 생로랑이나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은 액션 페인팅 작품으로 유명한 잭슨 폴락 같은 추상화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한 의상들로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루이뷔통은 아예 컬렉션 오프닝에 등장한 간호사 복장에서부터 가방 디자인에까지 모두 미국 태생의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들로 가득 채워 버렸습니다.

매 시즌 혁신적 디자인과 컨셉트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프라다는 좀 더 적극적 방법으로 패션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했습니다. 식물·동물·아이·유령·요정 등의 소재를 아주 섹시한 분위기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제임스 진의 작업을 패션쇼 무대 배경과 시즌 광고에 사용했습니다. 또한 몽환적 분위기로 가득한 애니메이션까지 공동 작업으로 제작해 프라다가 보여 주고자 하는 컬러 팔레트와 이미지를 마음껏 노출시켰죠. 특히 제임스 진의 작품에서 방금 뛰어나온 듯한 이번 시즌 프라다의 알록달록한 식물 줄기 모양의 조각 작품 같은 하이힐은 정말 신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번 주말에 쇼핑을 계획 중이라면 패션 속에 숨어 있는 아티스트들의 손길을 한번 찾아보세요. 쇼핑과 예술작품을 동시에 즐기기, 괜찮은 방법이죠?

하상백(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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