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안의북한커넥션>2.교민사회 北 인식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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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미교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 첫 사건은 해외교포의 방북(訪北)이 자유화된 88년의 7.7선언이었다.그렇다고 방북에 따른 부담이 덜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조치 실시후인 89년 3월 북한루트로 백두산을 등정했던 조지아 한인산악회(당시 등반대장 李萬鎬.애틀랜타거주)의 경우가대표적 사례다.89년 3월 백두산 등정에 성공한 등반대는 귀로에 들른 김포공항에서 촬영사진과 비디오필름을 압 수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지난 2월초 미국 각 지역의 교포 언론매체에 게재되기 시작한평양축전 관광단 모집광고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광고는 교포들의참가를 권하면서『미주교포의 북한 방문은 조국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 믿어 방문단을 모집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광고를 본 뒤 우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북한에 갈 수 있는 지를 물어봤다』면서『북한이고향인 부모님을 한번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포 부모의 북한방문은 성사되지 못했고 실제로 미국에서 평양축전에 참가한 교포도 3백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행사는 두고두고 교포사회의 얘깃거리가 됐다.그 핵심은 역시 북한의 가난이었다.평양축전에 참가한 애틀랜타의 한 교포는『입고간옷을 벗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의 가난한 모습이 교포들의 눈에 현실로 다가왔다』고 밝혔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두가지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그 첫번째는 미국내에서 다소 진보적인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한 성직자.평신도,그리고 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그들의 뿌리는 유신이래 한국 민주화운동과 연결돼 있다.이제 문민정부 출범으로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북한의 복음화」와「평화통일」에 맞 춰진 셈이다.이들은 또 美국무부의 대북(對北)정책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애틀랜타의 J C여행사 사장 李윤태(애틀랜타 염광장로교회)장로는『나는 뿌리를 남쪽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 고 강조하면서『기독교인으로서 북한개방과 복음화 첩경은 해외동포의 잦은 북한방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북한의 강영섭 목사등 교계인사와 성악배우 등을 초청해 통일부흥회 등을 가진 평화통일 희년협의회등의 행사도 결국 북한의 복음화와 개방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교계내 교파간 무분별한 경쟁심이 북한의 책략을 불러들일지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있다.
이와는 달리 순전히 북한과의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교포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투자조사차 평양축전에 참가했다는 한기업인은『북한엔 기념품가게 하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면서『앞으로 좀더 북한경제를 연구해 투자를 모 색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에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이들은 대부분 남쪽에 뿌리를 갖고 있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월 전경남 북한해외동포원호위 부위원장이 강영섭 목사 등과 애틀랜타를 방문했을 때 일부 교포들은 북측 인사들이 묵고있는 호텔로 찾아가 직접 성명서를 전달했다.미국 동남부 예비역장교동우회(회장 김민부)등의 명의로 된 이 성명 서는『순수한 종교.음악활동만을 펼쳐줄 것』을 촉구하면서『우리 한인 교포들의순수한 민족애를 이용,짓밟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美교포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그룹은 전형적인미국교육을 받은 교포 2세들의 존재.이들은 재미교포사회의 중핵으로 자리잡아가면서 1세교포들과 이른바 세대차에 따른 명확한 인식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교민담당 이남수(李南洙)영사는『1세교포들은 조국이 싫어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뿌리가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2세들은 다소 전향적』이라고 설명했다.예컨대 윤한봉 등이로스앤젤레스에 뿌리를 내려 활동하고 있는 「민족 학교」(일종의토론그룹)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그러나 그들은 한국의 민주화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 비판세력이지만 결코 친북(親北)은 아니라는 것이 李영사의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金成進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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