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일부 용도변경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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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는 15일 “혁신도시 건설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지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처음으로 노무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 칼을 댄 것이다. 혁신도시는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지방을 활성화한다는 노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었다. 혁신도시 계획이 수정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기업도시에 대한 재검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혁신도시 일부는 임대 산업단지로 개발된다. 혁신도시 조성 비용이 인근 산업단지에 비해 2.6~6.2배 비싸 분양을 받아 입주할 기업이나 연구소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국 교육기관과 특목고·자율형사립고를 설립할 수 있도록 혁신도시특별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산·학·연 복합단지(클러스터)를 조기 구축해 50년간 조성 원가의 1%의 임대료만 받는 식의 파격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지방 이전을 조건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0개 중 5개 도시가 착공했고, 토지 보상도 70% 이상 진행돼 개발 자체를 백지화하긴 쉽지 않다”며 “그러나 공기업 중심의 도시에서 탈피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기업 성격에 따라 이전 대상을 선별하겠다”며 “공기업이 내려가지 않게 되는 지역이 생기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대운하·새만금·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같은 정책의 추진 상황에 따라 혁신도시 계획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을 7개(5+2) 광역경제권으로 특성화해 발전시킨다는 구상에 따라 혁신도시의 기능 조정도 추진한다. 대구·경북 광역권을 전자·섬유 중심지로 키운다는 구상에 맞춰 대구 혁신도시에 이런 산업을 지원하는 기능을 확충하는 식이다.

혁신도시 조성의 주도권을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초 지자체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시 건설을 주관하는 지역혁신비즈니스센터를 광역 시·도에서 시·군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정부가 혁신도시 수술에 나선 것은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정책이기 때문이다. 나눠먹기식 지역 개발로는 다른 나라 지자체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국토연구원은 이날 “균형발전 전략을 지역 특화발전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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