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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 왜 대학생에 외면 당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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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새로운 계기에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이야기인지 모른다.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정치의 계절’을 지켜보면서, 평소에 한국 정치의 발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서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해 온 사람으로서 한 가지 유감스럽다 못해 참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점이 있다. 바로 정당정치의 실종이랄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한국 정당들의 빠른 변천과 부침, 그리고 정치인들이 쉽게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 자신의 입지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 거의 세계 기록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정당은 마치 노선과 이념, 그리고 정책에 관한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임해 국민의 지지를 묻는 조직이 아니고, 소수의 정치인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신을 위해 이용하는 조직이라는 인상도 준다. 당연하게 국민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참여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정당들과 청소년, 그리고 특히 대학생과의 관계에 관해 생각해 본다. 어째서 한국의 정당들은 청소년, 그리고 특히 대학생 사이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선진 민주국가의 정당이 대학에 지부를 갖고 있거나, 때로는 고등학생까지도 포함하는 청소년 조직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나름대로 그럴 만한 사유가 있다. 우선은 어떤 정당이, 젊음과 지성을 갖추고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그리고 미래를 담보하는 젊은이에게 그 정당의 존립 이유와 추구하는 목표를 설득하고 그들에게 동참할 명분과 정열을 고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당이 그렇게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은 정당의 중요한 뿌리 하나가 없는 셈이 아닌가. 그렇다면 정당 사이의 남은 승부처는 개개인의 인물이나 지역 정도가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차세대 정치인의 양성이다. 정치는 이념이나 이론만이 아니며 종교나 시민운동과도 다른 영역이다. 정치의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해 일찍부터 정치인으로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의 정당인은 자기들만의 권력게임에만 몰두하지 말고 현실의 문제의식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며 차세대의 정치인을 양성하는 준비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종일 우석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