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笹타계許采卿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9일 76세로 타계한 허채경(許采卿)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은 61년 한일시멘트 창업 이래 시멘트와 함께 살아온 「시멘트인」의 길을 걸어왔다.
경기도개풍 출신인 그는 뛰어난 경영수완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폭발적인 시멘트 수요를 활용해 사세를 확장시켰다.
그는 73년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 한일자야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74년 한일산업,86년 한덕개발(과천 서울랜드 운영사)을 설립하는 등 총7개의 계열사를 이끌었다.한일시멘트 단양공장생산능력도 64년 연산 40만에서 현재 7백만 규모로 대폭 확충됐다. 그는 사세가 번창할 때도 유독 제조업만을 고집했는데 이 때문에 60년대에 같이 출발해 그룹으로 크게 성장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성장속도나 규모가 다소 처지지 않았느냐는 평가도받고 있다.
그러나 동종업계에 앞서 69년 한일시멘트를 기업공개했다.또 일단 투자방향이 결정되면 과감히 결행하는 추진력도 지녔다.현재한일산업의 대관령목장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금싸라기같은 영동소재 개인땅 1만여평을 처분.투자하기도 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와 한국양회공업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73세 되던 9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이후에는 우덕재단을 통한인재양성에 힘써왔다.
기업에는 신용이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던 그는 신용과 정직을신조로 삼았다.
현재 한일시멘트는 장남 정섭(正燮.한일시멘트 회장)씨가 책임지고 있으며 3남 동섭(東燮)씨는 한일시멘트 사장겸 한일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차남 영섭(永燮)씨만 일찌감치 독립해 ㈜녹십자를 이끌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