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對北정책기조 어떻게 잡아야하나-신중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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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한 선원이 항구사진을 찍었다는 핑계로 우리 쌀수송선을억류하고 있다.이 웃지 못할 사건을 접하면서 필자는 현정부의 대북(對北)정책과 접근의 문제점에 대해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脫냉전.脫공산의 지구촌 큰 그림,큰 흐름으로 보면 북한이라고 변하지 않을 수 없다.홀로서기.버티기엔 한계가 있다.또 어렵게나마 北-美간에는 제네바 기본합의 틀도 마련했다.이런 상황에서 대북접근은 얼핏 보기에 북한과 제한적이나마 개 입( Limited Engagement)을 추진하자는 쪽과,북한이라는 체제와 정권에 본질적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쪽이 있는 것같다.더구나 후자에 대해선「냉전사고」를 벗어나지 못한「극우반동」인 것처럼 매 도하는 비난의 화살이퍼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정부의 대북 접근.접촉에서의 차질과 실수는 바로 제한적 개입 그 자체의 잘못에서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실체는 뒷전에 놓고 우리 마음대로 북한이 변한다고 믿는 그릇된 인식,희망적 기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제네바합의의 틀을 깰만큼 내외적 환경에 있지 못하다.
따라서 북한이 다급하지 우리가 성급할 필요도,이유도 없다.50년 묵은 독재의 빙벽을 깨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기본인식에서 출발하는 비전.여유.인내.신중성이 요구된다.
우리가 식량을 외국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서두르니까 북한측은인민의 식량 걱정은 없다고 딱 잡아떼면서 그렇게 꼭 주겠다면 목축에라도 쓸 수 있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필자는 북한이라는「동물농장」에서 사료는 바로 인민 의 몫이라고 맞받아 쓴웃음을 지은 일이 있다.웃어 넘기기엔 정말 너무도 무지막지한 상대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몇가지 제언을 하겠다.
첫째,대북정책은 북한현실을 정확히 인식한 바탕위에서 서두르지말고 인내와 경계심.신중성을 잊지도,잃지도 말아야 겠다.
둘째,일관성이 중요하다.현정부는 불과 2년동안에 대북정책의 수장격인 통일원장관을 다섯사람이나 경질했다.이런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마련될 수 있겠는가.
셋째,대통령을 포함한 정책 책임자의 대북발언의 무책임.무정견을 삼가야할 필요가 있다.정치는 곧 말이라고 하지만 현정부의 대북발언은 너무나 헤프다.
넷째,대북접근 정책에서 대한민국 역대정권의 공통된 실패는 대남(對南)정치조작용으로 도구화하거나 최고집권자의 개인적.정치적야심과 집념을 고집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정치공작에 휘말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사실이다.대북정책은 거족적 .초당적.초정권적 사안으로,섣불리 개인 정치야욕이나 정권차원의 도구화는 금물이다. 이제부터라도 북한 현정권과 체제의 실체,불안정.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현실적 인식의 기초위에서 제한적 개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현정부가 대북정책 접근에서 실수와 파행을 거듭하며 배우기에는 국민감정은 차치하고라도 그 비용이 너무 도 엄청나다.북한은 어느 특정정치인이나 특정 정권의 정치도구화 상대가 아니고 우리 온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두 모아도 다루기 힘겨운,이세상에서 가장 해괴한 나라라는 것을 좀 알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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