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반창고 붙여 출혈 막은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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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관계가 회복되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의 개선과 대화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과거사문제와 동중국해 가스전 갈등, 중국의 '반일(反日)감정'과 일본의 '반중(反中) 기운' 등은 숙제로 남겨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언론들은 회담 결과를 평가 절하하면 중국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 우호 강조 =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 우호는 양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 중요하다. 협력을 발전시켜가자"고 했고, 후 주석도 "관계가 좋지 않으면 서로에게 유리하지 않다. 총리의 '중국의 성장은 일본의 기회'라는 말을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이구동성으로 '우호'를 강조한 것은 양국의 밀접한 경제현실을 반영 했다는 분석이다. 양국간 무역총액은 연간 22조엔에 달하고 일본에 있어 중국은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중국 역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일본의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 입장이다.

북한을 북핵 6자회담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양국의 공동 보조가 불가피다는 인식도 두 정상을 대화로 이끌었다.

◇ 뇌관 산적 = 양국 관계의 최대 폭발성을 가진 뇌관은 야스쿠니신사. 후 주석은 이 문제에 언급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0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이즈미 총리는 매년 한차례 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공약대로 올해 다시 이 신사를 참배할 경우 양국 관계는 헤어나기 힘든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갈등도 양국 관계의 잠복한 '불씨'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에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껄끄러운 사안이라는 반증이다.

양국은 다음달 실무협의를 갖고 중국이 제안한 '공동개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나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은 공동개발 대상을 동중국해 전체로 하자는 입장이나 중국은 반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 비판 =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변하지않는 중국의 역사적 사실 왜곡'이라는 사설에서 일본은 과거 침략에 대해 20차례 이상 반성과 사과를 표명했다고 말하고 "'일본은 반성하지 않았다'는 중국과 한국의 주장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라며 후 주석의 '반성' 요구를 비판했다.

또 "후 주석은 '반성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달라'고 했으나 그렇다면 중국도 애국ㆍ반일교육의 중지를 행동으로 옮기라"고 반박했다.

도쿄신문은 중국인의 폭력 반일시위에 대해 후 주석이 사과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일본의 대중(對中)외교에서 부담의 유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저자세'를 꼬집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심각함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설에서 "우선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 출혈을 막았다고 할까"라며 "하지만 상처 자체에는 어떤 치료도 하지 않아 언젠가 더욱 악화돼 상처가 열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우려하는 이웃의 비판적 시선을 알고 역사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도 반일시위에서 파괴 활동의 책임을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일본측의 반중ㆍ혐중(嫌中)감정이 확산될 뿐임을 알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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