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비자금說 조사결정 이모저모-발뺌하다 빨라진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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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직 대통령의 4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발언파문과 관련해 검찰은 7일 간부회의를 여는등 수사에 대비,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한때『검찰수사대상이 아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동안 강력한 반발을 하던 검찰이 7일 오후8시50분쯤 법무장관의 수사지시 사실이 알려지자『그렇다면 조사하겠다』며 발빠른 실무준비에 들어갔다.이에대해 검찰내부에서 조차「해바라기성 검찰」이라는 자조가 흘러나왔다.
대검의 한 검사는『이번사건의 수사에 대한 부당성을 누누이 강조하던 검찰이 장관 말 한마디에 수사방침으로 급선회 한 것은 권력의 시녀라는 과거의 비난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문민시대 검찰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검찰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된다』고 혹평.
…검찰은 이날 오후6시부터 김도언(金道彦)총장 주재로 대검 간부들의 회식을 겸한 회의 자리를 마련,수사에 따른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송종의(宋宗義)대검차장과 이원성(李源性)중앙수사부장등 대검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는데 수사 범위를 놓고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
…법무장관의 수사지시가 내려지자 검찰 간부들은 회식을 서둘러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와 향후 조사일정을 짜는등 분주한 분위기.
검찰 간부들은 불과 수시간전까지 취재진에게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착수에 회의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향후 일정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발뺌.한편 대검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11시가 넘도록 귀가하지 않고 시내 모처에서 향후 수사일정에 대해 논의.
…대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金총장 주재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2시간여 동안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
회의직후 宋대검차장은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의뢰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사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그는 또『사건의 성격상 검찰이 나설 문제가 아니며 정치권에서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취재진은 끽다거(喫 茶去.차만 들고 가라)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선문답.
…대검 간부들은 총리실쪽에서 「정부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조사한다」「그 기관은 검찰이다」는 등의 말이 들려오자 몹시 불쾌해 하는 표정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지 않으면 모두 공신력이 없는 기관이란 말이냐』며 『수사 착수 여부까지 자기들이 결정하는 것을 보니 검찰총장이 또 있는 모양』이라고 발끈.
…검찰은 이날 오후까지 검찰 본연의 업무와 연결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강력히 배제.
대검 고위 간부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려면 범죄 혐의가 있거나 구체적 자료가 있어야 한다』면서『지금 검찰더러 뭘 조사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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