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大고려 국보展을 보고-고려문화의 光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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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말 그것은 유년시절 천신만고 끝에 「조각그림 맞추기」를 성공시킨 기쁨과 감동같은 것이었다.지금까지 우리의 고려(高麗)문화체험이란 청자(靑瓷)나 여요(麗謠)등 극히 단편적이고 고립적인 것이었으며 그나마도 실물(實物)에 접하지 못한 가상체험적인것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나 지금 조각난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합쳐진 이미지로,그리고 생생한 실체로 우리앞에 기적처럼 나타난것이다. 불상.범종.불화등의 불교미술품,도자기.금속공예.나전칠기와 같은 일반공예품,아직도 전설속에 묻혀 있는 회화. 글씨의서화류,그리고 세계의 자랑인 인쇄문화등 모든 고려문화재가 한 잔칫상을 차린 「대고려국보전」은 그야말로 「고려문화의 광복(光復)」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나라를 되찾은지 50년이 지난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제 고향땅을 찾아온 해외문화재들이 27점이나 된다.12세기께 만들어진 국화당초무늬의 염주나전함을 보면 자개만이 아니라 적황색의 신비한 광채를 발하는 대모(玳瑁.거북잔등의 껍질)와 섬세한 금속선이 함께 상감돼 있다.그 섬세한 기교나 뛰어난 예술감각,그리고 정성이 밴 장인정신을 보면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그 정교성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반대로 일본 경신사가 소장하고 있는『수월관음도』는 높이 4의 고려 최대 불화다.이 앞에 서면 우주적인 질서와 그 광대한 상상력에 압도되고 만다.관음보살의 몸은 터질듯 풍만하고 사치스럽도록 화려하다.
전시품 하나하나에서 우리는 문화란.
특히 고려의 문화란 가난이 도리어 풍요를 낳고 외압과 폭력과정쟁의 불안이 팔만대장경의 경우처럼 평화와 미를 낳는 비력임을느끼게 된다.
「대고려국보전」에는 전시품말고도 감동적인 볼거리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관객 그 자체다.연일 몰려오는 관객들 사이에는 국민학교 어린이들,그리고 10대의 청바지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그들의 손에는 패스트 푸드의 햄버거 대신 메모 장이 들려있기도 하다.『그래,다시는 못볼 것들이 많단다.실컷 봐둬라.남들이 너를 코리안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고려인」이란 뜻이 아니냐.이것들이 바로 너의 살이며 피란다.강대한 중국,흉맹한 일본 사이에 끼여 살면서도 어떻게 고려 사람들은 이처럼 아름답고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하였는가.그 비밀을 묻지 말라.이제는 너희들 차례란다.』 전시품앞에 서 있는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前문화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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