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경제학] 신용등급도 ‘바겐세일’ … 무디스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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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깐깐하기로 소문 났던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무디스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등급 세일을 즐겼다”고 혹평했다. 이에 앞서 UBS는 이달 초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 정확도에서 무디스가 꼴찌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1990년대엔 가장 엄격한 평가기준을 갖고 있었다. 등급평가를 할 때는 은행들에서 걸려온 전화도 받지 않았다. 외환위기 때는 엄격한 평가로 한국 경제의 명운을 쥐고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99년 브라이언 클락슨 현 회장이 모기지 증권 부문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상위 등급인 ‘AAA’를 남발한 것이다. 당시 이를 거부한 마크 아델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해고당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발 더 나아가 무디스는 낮은 등급에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과 협상까지 했다고 한다. 2001년 BOA의 모기지 증권 중 4.25%에 대해 낮은 등급을 부여하기로 한 결정에 BOA가 반발하자 이를 4%로 줄여 줬다는 것이다. 또 은행들이 등급에 대해 불평하면 애널리스트를 교체하기도 했다. 무디스의 전 애널리스트 마크 프로에바는 “무디스는 시장점유율에 위협이 되는 분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시장점유율은 수직상승했다. 주가도 지난 6년간 5배나 뛰었다.

하지만 요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모기지 증권 등급을 연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무디스의 최상위 등급 평가를 믿고 채권을 샀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신용평가가 왜 필요하냐”며 볼멘소리다. WSJ는 “사정이 이런데도 무디스는 잘못을 고백하기보다 책임을 부정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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