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정치자금관련 語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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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직대통령의 4천억 비자금 조성설에 대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다.그러나 두 전직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받아썼다는 증거는 그들어록(語錄)에도 잘 나타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부정축재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全 前대통령은 지난 88년 11월23일 백담사로 「유배」당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정치자금 문제는 뜻대로만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지않을수 없습니다.대통령직을 수행하고 특히 집권여 당의 총재로서정당을 유지하고 선거를 치르자면 적지않은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날 서울연희동 자택,서초동 땅 2백평,용평의 콘도(34평),금융자산 23억원등의 재산과 여당총재로서 사용하다가 남은 1백39억원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해외 재산도피,국내 은닉재산이 발견된다면 그 어떠한 책임추궁도 감수할 것 』이라고 공언했다.
全前대통령이 정치자금 조성에 관심을 쏟은 흔적은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 어록에도 나타나 있다.鄭회장은 89년 1월17일 5공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에게 『日海재단(全前대통령이 퇴임후를 위해 자신의 아호(雅號)를 본떠 만든 재 단) 모금에강제성이 있었다』고 진술했다.鄭회장은 『84년도 1차 모금때는자의에 의해 냈으나 85,86년의 2,3차 모금때는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고 일해재단 요청을 받고 순순히 응하는게 편할 것같아 돈을 냈다』고 말했다.
鄭회장은 92년 1월8일 통일국민당 창당기자회견때는 全.盧 두전직 대통령에게 직접 돈을 준 사실마저 폭로했다.
그는 『5공때는 全대통령에게 해마다 두차례씩 20억~30억원을 정치헌금으로 냈고,6공때도 처음에는 같은 액수를 냈으나 육감적으로 받는 사람이 섭섭해 하는 것을 느껴 헌금액을 50억원으로 올렸으며 90년 연말에는 마지막으로 1백억원 을 냈다』고밝혔다. 盧 당시대통령은 그러나 같은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앞으로 정치인들이 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이며,기업인들도 정치인에게 돈을 주어서는안될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전 정치자금을 받아 쓴 사실을 시인한적이 있다.
金대통령은 지난해 6월29일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여야 총무등과 오찬하는 자리에서 『과거 당밖의 친구들에게 신세졌다.대기업에는 접근이 어려워 중소기업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당을 꾸려 나갔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취임직후인 93년 3월4일 청와대 기자들과오찬을 같이하면서 『재임기간중 어느 누구로부터 돈을 받지 않겠다』며 「정치자금 암거래」 근절을 선언했다.
한편 이번 파문은 야당에까지 불똥튈 조짐도 보인다.홍영기(洪英基)국회부의장(민주)은 4일 『이번 일로 야당에 있는 정치자금의 대주주는 가슴이 뜨끔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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