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제대로 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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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04면

지난해 초 뉴타운 후보 지역으로 거론되는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를 산 이모씨는 1년여 만에 집값이 크게 오르자 팔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9000만원에 산 집이 2억2000만∼2억4000만원을 오르내리니 양도세를 감안해도 큰돈을 손에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를 본 이씨는 마음을 바꿨다.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생각에 계속 보유하기로 한 것이다. 중개업소에서도 “이명박 정부 5년간은 계속 오를 테니 무조건 갖고 있어라”고 했다.

‘묻지 마 투자’ 양상에 거론 지역도 많아 힘들 듯

지난 총선에서 서울·수도권의 국회의원 후보들은 앞다퉈 뉴타운 공약을 내놓았다. 야당보다 여당 후보들의 무기였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를 뺀 전 지역에서 관련 공약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의 공약자료집에 따르면 뉴타운 확대나 추가 지정을 약속한 후보가 30명에 가깝고, 추가대상으로 거론된 지역도 11개 구 20여개 동에 이른다. <그래픽 참조>

선거 당시 여당 후보들의 논리는 한결같았다. ‘대통령부터 구의원까지 모두 한나라당이니 지정도, 사업 추진도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이 같은 논리가 상당 부분 통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무엇보다 거론 지역이 너무 많아 뉴타운 지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뉴타운 사업은 이미 1∼3차에 걸쳐 30여 곳이 지정돼 있다. 추가 지정을 하려면 기존 뉴타운의 사업 진행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쉽지 않다. 2002년 시범 뉴타운으로 1차 지정된 은평 뉴타운은 7년, 왕십리 뉴타운은 10년가량의 기간이 소요됐다.

2차 뉴타운은 절반가량만 본궤도에 올라 있는 상태다. 한꺼번에 이주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순환 재개발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현 정부 임기 안에 3차 뉴타운까지 완료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묻지 마 투자’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시장 상황도 부담이다. 강북 부동산 급등이 서민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부동산 시장의 폭발성’을 거론하며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한 바 있다.

뉴타운 투자가 몰리며 오히려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양천구 옛 시가지엔 한때 빌라 신축 붐이 일었다. 뉴타운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지분 쪼개기를 위해 단독주택을 다세대·연립으로 다시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불량·노후 주택 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고, 결국 뉴타운 지정이 무산됐다. 투자자들이 헛물을 켰음은 물론이다.

한남동은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지분 쪼개기가 극심해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새로 지을 아파트 숫자보다 조합원 수가 많아질 지경이 되자 소형 지분 보유자에게 입주권 대신 현금 청산을 해주기로 했다. 투자 기간을 감안하면 현금 청산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컨설턴트는 “높아진 기대감을 이용해 치고 빠지기 식 단기 투자가 극심하고,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신규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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