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공동주택건설 기본적으로 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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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트 불법개조가 건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건설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원상복구지침을 만들어 이미 개조한 가구에 대해서는 원상복구를 유도하는 한편,앞으로의 불법개조에 대해서는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더욱 엄 격히 단속할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구조상의 문제를 유발하는 내력벽(耐力壁)을 철거한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의 원상복구가 과연 가능한지 우려된다.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지침대로 철저히 보강한다해도 원상태의 일부 강도밖에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전문가의 참여없는 눈가림식 원상복구는 오히려 건물의 안전을더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또 원상복구를 하지 않는 아파트를 찾아내 원상복구를 강제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3만~4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구조부 불법개조 아파트중 원상복구에 불응한 아파트를 찾아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찾았다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에 의한 공소시효가 3년이므로 누가 언제 개조했는지를 가려 벌금을 부과하고 복구를 강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이 자체감시를 통해 관리사무소와 전문가,자격있는시공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눈가림식 원상복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내력구조를 훼손한 개조를 한 이웃에 대해 원상복구를 유도하는 자치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삼풍사고 후 모든 관심의 초점이 구조적인 안전에만 모아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아파트뿐만 아니라 극장 등 다중시설에서의안전대책은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 뿐 아니라 화재나 지진 등 각종 재해에 대해 수립돼야 한다.발코니를 개조해 거실로 만들 경우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화재나 재해때 방재가 훨씬 어렵다.또 아파트 복도에 유리창을 해 단 경우도 강한바람이나 진동에 의해 창틀이나 유리가 떨어져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 설에서 비상구의 설치나 비상로 표시가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는 무수히 많다.
건물 종류에 따라 발생가능한 재해의 유형과 그에 따른 위험사례를 수집,분석해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위험한 불법개조를 막고,제대로 유지관리되도록 하기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공동주택건설의 기본적인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가구(家口)에 따른 다양한 욕구와 가족의 변화.성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을 가변성이 있도록 설계.시공해야 한다. 기둥이나 보를 이용한 구조로 바꾸고 벽체를 합판등을 사용한 가구식(家具式)벽을 사용해 필요에 따라 가변적 공간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발코니에 대한 건축법 시행령이 바뀌어야 한다.현재는 분양면적에서 제외되는 발코니면적도 분양면적에 포함시켜 분양가를 받는다면 개별적 취향에 따른 선택적인 설계가 가능해져 불필요한발코니 개조작업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온돌 등 설비의 설치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습식공법을 통한 온돌설치는 공사도 어려울 뿐 아니라 파이프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도 어렵다.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 건식온돌판의 사용을 늘려 공사도 손쉽게 하고,설비교 체에 따른 구조체의 손상도 막을 수 있도록해야 한다.설비수명이 구조체수명에 비해 훨씬 짧은 것을 고려해온돌 뿐만 아니라 각종 배관도 구조체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아파트분양시에 건물의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계획을 함께세우도록 해야 한다.
어느 시기에는 설비교체가,어느 시기에는 구조체 보강이 필요하며,건물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명시해 이에 따라 관리비에 유지.보수비용이 가산되고,주민이 주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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