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야기>설사약 로페라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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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설사 좀 멈추게 해주세요.』설사병(?)을 고치고자 병원에 온 사람은 대부분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止瀉劑)사용을 원한다. 특히 어린이는 설사 자체 뿐아니라 설사로 인해 엉덩이 부분이 짓무르고 보채는 경우가 많아 지사제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많다.
그러나 설사는 병이 들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 병명이 아니다.즉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에 따라 지사제를 사용해도 되는 경우와 절대 사용하면 안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지사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피페리딘 유도체를 합성한 로페라마이드다.이 약은 장(腸)의 벽에 있는 신경에 직접 작용해 장운동을 늦춤으로써 설사를 멈추는 효과로 나타난다.즉 장에서 음식물이 지나가는 시간을 길게 하고 대변의 점성과 농도를 증가시키며 수분과 전해질 농도를 감소시킨다.따라서 약을 복용하면 대변 수가 줄고 대변이 딱딱하게 되면서 만성 설사가 좋아진다.그러나 수분과 전해질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설사가 좋아지더라도 적절한 수분과 전해질 치료는 계속해야 한다.다행히 다른 마약성 지사제와 달리 약을 복용함으로써 생기는 약물 의존성은 없다.
이 약은 보통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한 설사,과민성 대장염 같은 만성 기능성 설사,장을 수술로 절제함으로써 나타나는 설사증상을 완화시켜 줄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장티푸스.이질.장독소 생산형 대장균 등 장점막을 통과하는 세균감염으로 인한 급성설사 환자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위막성 대장염 환자는 「절대」 사용하면 안된다.이런 질병들은 장에 독소를 생산해내므로 지사제를 사용해 무작정 장운동을 늦출경우 독소가 쌓여 환자 상태가 위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나타나는 약의 부작용으로는 배가 빵빵해지고 메슥거리면서토하기도 하고 복통,변비,어지러움증,약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나타나는 발진,입안이 마르는 증상 등이 있다.부작용이 나타나면 약복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설사의 원인을 모른채 지사제를 남용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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