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책임 … 아랫사람들 선처해 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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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이건희(66) 삼성 회장이 11일 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4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에 나와 5시간 정도 조사받은 뒤 귀가했다. 이 회장은 귀가 시 포토라인에 멈춰 서서 이번 수사와 관련해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과 함께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 회장을 상대로 지난번 조사 때 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 물었다”고 재소환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황태선(60) 삼성화재해상보험 사장을 불러 고객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

특검팀은 또 현명관(67) 전 삼성물산 회장을 12일 재소환키로 했다. 현 전 회장은 11일 “삼성생명 차명주식의 실제 주인은 이건희 회장이고, 2월 특검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었다.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어린이재단,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특검 수사로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검팀에 선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다음은 이 회장과 취재진 간의 일문일답.

-국민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던데.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다. 아랫사람한테는 선처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그룹 경영 체제와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쇄신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겠다.”

-책임을 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누구나 책임진다고 그러면 뜻이 넓어지지 않나(※포괄적으로 책임질 의사가 있다는 뉘앙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겠다.”

-지난 조사 때 (자신의 책임이) 100% 인정은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

-기소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나.

“생각해 보겠다.”

이 회장의 경영진 쇄신 검토 발언에 대해 삼성 측은 “경영 퇴진의 뜻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 결과에서 잘못이 지적된다면 그 분야에 대해 제도적 개선이나 후속 조치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승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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