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뺑덕어멈, 알고보니 맹모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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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심청이 무슨 효녀야?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바람의아이들
176쪽, 7800원,
초등 3∼6학년

연못이 그리운 개구리 왕자
토니 브래드먼 글, 사라 워버턴 그림,
안민희 옮김
중앙출판사,
54쪽, 6500원,
초등 저학년

상식이 돼버린 옛이야기의 기본 구성을 뒤흔드는 책들이다. 뺑덕어멈과 팥쥐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을까? ‘선녀와 나무꾼’에서 하늘로 안겨올라간 아이들은 아빠 생각이 안 났을까? 개구리 왕자는 공주와 결혼한 뒤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까? 등 다소 황당한 질문이 새 이야기의 단서가 됐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에선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작가 이경혜가 ‘효녀 심청’‘우렁각시’‘춘향전’‘콩쥐팥쥐’‘선녀와 나무꾼’ 등 전래동화 다섯 편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놓았다.

새 심청 이야기에서 뺑덕어멈은 살신성인의 위인으로 격상됐다. 뺑덕어멈은 심청의 생모 곽씨 부인이 죽고난 뒤 심청을 음으로 양으로 돌봐준다. 배고파 칭얼대는 심청에게 암죽을 먹여 키웠고, 좀 더 자라 동냥에 나서는 심청에게는 “네 아비는 앞을 못 보고, 너는 어리니 도움을 받는게 당연하지.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미안해할 것도 없다. 대신 일할 나이가 되면 꼭 네 손으로 벌어먹어야 된다”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덕분에 심청은 구걸을 하면서도 “늙고 눈먼 아비 집에 두고 밥을 빌러 왔으니, 이 집에서 한 술 덜 잡숫고 덕을 베푸시우”라고 말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란다.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고 돌아온 날. 뺑덕어멈은 길길이 뛴다. “이런 불효막심한 년! 아비 눈을 뜨게 하려고 네 목숨을 버린다구? 너 죽고 네 아비 눈을 뜨면 그 눈에서 피눈물밖에 더 나겠냐?” 백번 맞는 말이다. 급기야 뺑덕어멈은 심청이 대신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까지 했다. 용왕님까지 감동한 선행이다.

콩쥐와 팥쥐 이야기에서는 늘 욕만 먹던 팥쥐가 주인공이 된다. 어른에게 말대꾸 꼬박꼬박 하며 시키는 일이라고는 하는 법이 없는 고집이야 원작 그대로지만, 장작 패는 것 같이 힘든 일은 군말 없이 잘하는 속깊은 아이다. 밤마다 뒷산에 올라가 혼자 무술연습을 했던 팥쥐. 왜군들이 쳐들어오자 남장을 하고 나가 나라를 구하는 장군이 됐다. 반면 콩쥐는 유약한 조연에 불과하다. 얌전하고 기죽어 어른 눈치나 보는 콩쥐. 말대꾸도 안 하고 시키는 대로 착착 따라하고, 그래서 어른들에게 “착한 처녀”라고 칭찬은 받았다고 한다.

『연못이 그리운 개구리 왕자』는 명작동화 ‘개구리 왕자’의 속편 격이다. 공주의 입맞춤으로 다시 사람이 된 개구리 왕자. 하지만 개구리였던 시절을 잊지 못해 밤이면 공주 몰래 연못에 나가 놀곤 했다. 공주는 그런 왕자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라며 눈물까지 흘린다.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숲이 개발예정지로 지정돼 연못이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왕자와 공주가 힘을 모아 ‘연못 지키기 운동’을 벌인 것이다. (공주는 열혈 환경운동가였다.)

스토리 자체로는 ‘유치하다’‘시시하다’ 류의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명작·전래 동화의 판에 박힌 해석을 뒤집어볼 용기를 내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지 않은가. 두 책 모두 옛이야기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의 한 예일뿐, 더 기발난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이제 독자들 몫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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