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남해안 해수욕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내 고향 남쪽 바다/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그 잔잔한 고향 바다.』 『봄날 삼천포 앞바다는/비단이 깔리기 만장(萬丈)이었거니/오늘토록 필을 대어 출렁여/내게는 눈물로 둔갑해 왔는데.』 앞의 것은 이은상(李殷相)의 시 『가고파』,뒤의 것은 박재삼(朴在森)의 시『내 고향 바다』의 첫 구절이다.남해를 대상으로 한 이 두편의 시는 푸르름과 아름다움으로 상징되는 바다의 이미지와 고향이 아니더라도 저절로 향수(鄕愁)를 불 러일으키는 바다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바다는 그리움이요,남해는 그리움의 표상이라고 읊은 시인도 있다.
부산 부두에서 전남 남해갑(南海岬)까지 2백55㎞에 이르는 남해안은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이어서 해수욕장이나 피서지로는이상적이었다.특히 전국 섬의 55.7%가 이 일대에 산재해 있어 기암괴석(奇岩怪石)을 구경하며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데다 한려수도(閑麗水道)에 펼쳐지는 아늑하고 짙푸른 절경(絶景)의 바다는 절로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동해안보다 수심(水深)이 얕고 서해안보다 경관(景觀)이 수려하다는 이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교통이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개발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그러나 해수욕만으론 피서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많아지면서 남해쪽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피서지로서,관광지로서 성가(聲價)를 더욱 높이던 남해안 일대의 해수욕장이 금년엔 최악의 시즌을 맞았다.시 프린스號기름 유출 사고 이후 남해안 해수욕장들이 모두 오염됐다고 잘못생각한 피서객.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모두 동.서해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90년7월에도 서해안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월미도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태안 앞바다의 유조선 충돌 사고와 유조선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서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물론 해수욕장들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엉뚱한 경 제적 피해를본 것이다.이번에도 전남 여천군의 안도해수욕장만 오염됐을 뿐 다른 해수욕장은 피해가 없는데도 피서객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오염된 해수욕장의 상인들은 피해보상이나 받을수 있다지만 우리는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느냐』는 비오염 해수욕장 상인들의 호소가 남의 일 같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