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의미-한반도문제 당사자해결 재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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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의 韓美정상회담은 북한핵문제라는 길고도 지루한 터널을 지나 대북(對北) 쌀제공을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새로운 한반도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였다.
정상회담에서는 현재의 북한정세와 상황을 진단하고 韓美 안보협력문제와 북한핵 관련 北-美 합의의 이행방안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북한이 그동안 주체사상에 바탕을 두고 대외적으로 빗장을 굳게 닫고 있었지만 미국과 일본은 물 론 한국에까지 쌀원조를 요청한 것은 변화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양 정상은『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위해 외국투자를 유치하고 대외원조 확보노력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金대통령은 이에따라『향후 주변국들이 북한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對北 경제협력을 할 수 있도록 상호 긴밀한 협의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金대통령의 이 발언속에는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이 포괄적 으로 함축돼있다. 우선 미국과 일본등이 남북관계 개선속도를 앞질러 경쟁적인 대북접근을 보이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계성 메시지다.한국을 소외시키거나 남북대화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수교를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北-美 관계개 선은 남북관계 진전과 조화.병행을 이루면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金대통령은 최근 외국언론과의 인터뷰등에서 계속『우리는 북한체제의 안정을 희망한다』거나『북한에는 김정일(金正日)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는 등의 발언으로 북한 지도부에 넌지시 손짓해왔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경협과 외교문제를 다룰 차관급 이상의「대북공동전략 고위협의체제」를 구축키로 합의한 것도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북문제에 대한 이런 기본구상속에서 한반도문제의「당사자 해결원칙」이 재확인됐다.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는 남북한간에 협의돼야 할 것이란 얘기다.
클린턴 美대통령도 26일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의 질문에 대한 서면답변에서『남북양측이(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합의해서 미국등 관련국의 역할을 제안할 경우 도울 준비가 돼있다』면서 『남북이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할 때까 지 정전협정은 준수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북한의 정전체제 무력화 움직임을 일축한 것이다.
이와관련,韓美양국은 이미 북한의 北-美 평화협정체결 공세에 대응해 남북한 당사자간 평화협정체결방식을 조율했다.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증하는 형태의 이른바 「2+2」형식을 검토중이다.이구상은 8.15 50주년을 맞아 대북 평화안 제 안을 통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北-美 대사급 수교로 가는 전제조건으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성과다.북한에 대해 한국을 배제한개방은 있을 수 없음을 느끼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와는 별도로 요즘 긴장상태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을위해 한국이 중재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대목은 주목을 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 상호 관계회복을 위한 나름의 물밑대화를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보조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독자행보를 견제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대화의 場으로 먼저 나오게 만드는 장치를마련한 것이다.그러나 이와함께 조속한 시일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해야하는 부담도 안게됐다.미국이 무한정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金斗宇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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