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三豊배상 둘러싼 흉흉한 계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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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풍붕괴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보상금을 노린 범죄와 각종 잡음이 들려와 애달퍼하는 유족들과 국민들의 애도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멀쩡히 살아있는 동생을 삼풍백화점 실종자인 듯 신고했던 비정한 형이 구속됐고,삼풍붕괴사고 초기에는 남의 시체를 빼돌렸다 구속된 사람도 있었다.배상금을 노린 범죄였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발표다.
최근 잇따른 대형참사뒤에는 거액의 배상금이 따른다는 체험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사를 일확천금의 기회로 삼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을 나타나게 했을 것이다.
사고현장수습에 나섰던 서초구청관계자는 한 여인의 시체를 발굴한 뒤 친정과 시집식구가 배상금을 어떻게 나누느냐로 얽혀 싸우는 것을 보았다고 전해주었다.한 때 체면을 지키는 사이였을 이두 집안이 딸이고 며느리인 그 여인의 시체를 놓 고 체면을 잃는 것을 보고 『참 아연하더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삼풍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정부도 재원마련 공방이 한창이다.서울시는 삼풍백화점 일대가 재해지역으로 선포된만큼 중앙정부가 재난구조법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정부는 삼풍의 피해배상비 3천4 백억원을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인수하는 것으로 지원할 수는 있으나 국가가 배상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또 이런 문제가 부각되자 시민들은 많은 유족들의 슬픔을 생각해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배상책임자인 삼풍 주인 李씨일가는무엇하고 시와 정부가 법적근거도 없다는 민간사고의 배상에 시민의 세금을 놓고 주느니 못주느니 공방전을 벌이는 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하다.
「시가 선심쓰듯 배상하고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옥죄는 동안 李씨일가는 드러나지 않은 재산으로 자손대대로 호의호식할 수 있지 않을까」「당국자들이 하루빨리 피해자들의 입을 막아 관리.감독을 잘못한 자신들을 향한 비난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앞서 스스로 배상금 공방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이런저런 근거없는 상념에 마음이 뒤숭숭하다.터무니없는 배금주의(拜金主義)때문에 희생된 자들이 다시 한번 돈 때문에 영혼마저 평온히 잠들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梁善姬〈수도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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