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분석실>장마로 울고웃는 승부세계-투수등판 뒤죽박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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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장마철 잦은 비와 경기스케줄 변동으로 후반기들어 의외의 경기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잦은 더블헤더는 가뜩이나 고갈되어가는 각팀의 투수력에 많은 부담이 되고 있고,주축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전반기와는 또다른 양상의 페넌트레이스가 전개되고 있다.
장마철은 프로야구출범 때부터 항상 승부의 변수로 작용해왔다.
비때문에 예정된 등판이 취소돼 경기감각이 흔들리는가 하면 벤치에서 대기중이던 투수가 기회를 얻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가 의외의 호투로 자신감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84년 전기리그에서 9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던 OB도 비에 관한한 피해자였다.
부산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롯데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투수로테이션은 뒤죽박죽이 됐고 선발로 내정됐던 박상열(朴相悅.쌍방울코치)은 8일만에 등판하게돼 경기감각이 엉망이 됐다.
결국 비때문에 OB의 초반 상승세는 끊겼고 전기리그 우승도 삼성에 넘겨주는 불운을 겪고 말았다.
한차례 선발 등판이 취소된 것을 두고 단순히 며칠뒤 공을 던지면 된다며 가볍게 취급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선발투수는 출장일에 맞춰 체력훈련과 어깨상태의 점검,상대타자들에 대한 연구분석과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실시한다.
사생활조차 등판날짜에 맞춰 짜인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된 등판이 취소된다면 선발투수에겐 4~5일간의 정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 빗속에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할 경우 투수들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92년 4월11일 해태 선동열(宣銅烈)은 5-0 완봉승을 거두며 국내프로야구 최다승(1백25승)을 거뒀으나 선수생명을 위협받는 어깨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장마철과 무더위속의 경기운영.선수관리는 승패와 관계없이 코치들에게 또다른 짐이 되고 있다.
〈야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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