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黨派 첫 의원총회-DJ의 "군기잡기"로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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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이 3년만에 국회에 돌아왔다.金이사장은 신당 창당주비위 상임고문 자격으로 2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신당파 의원들의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그가 의사당에 나타난 것은 92년 대통령선거 직전이 마지막이다. 金상임고문은 이날 신당파의원들의「군기(軍紀)」를 잡았다.
자신의 은퇴후 이기택(李基澤)총재등 야당 지도부가 저지른 나태와 잘못을 지적했다.「공부하는 의원상」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의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의지가 읽혔다.
한마디로 야당가의 힘과 풍향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의총이었다. 의총 서두부터 신기하(辛基夏)총무가 분위기를 잡았다.辛총무는『당이 위기에 빠질때마다 김대중선생을 생각했다』면서『지금 우리는 金선생을 필요로 한다』며 인사말을 권했다.
金고문은『정치를 재개하고 여러분을 여기서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말문을 열었다.그는 이날 다섯가지를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첫째는『모든 정치문제를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툭하면 원외투쟁은 안된다』고 못박았다.李총재 주도의 12.12투쟁때『여러분이 적극 나서서 말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그때 여러분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 』이라는 대목에서 의석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여야간 철저한 정책대결과 국회의 공개적.민주적 운영을 당부한뒤에는『의원총회가 신당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의원들의 소외감을 최소화하겠다는 발언이었다.『총무는 의총을수시로 열도록 하라』고「지시」도 했다.
또『신당 의원은 정말로 공부하는 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내가 있을때 의사당에 있다가 나가면 따라 나가는의원이 많았다』며『누가 보든 안보든 꼭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했다.『계파는 안되지만 공부하는 모임에는 당비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말하는데 20분이 걸렸다.그는 모처럼 잡은 마이크를쉬 놓지 않았다.『이왕에 한마디 더 하자면 생각지도 않은 살생부(殺生簿)라는 걸 가지고 말이 많은데 다 모략이다』고 안심시켰다. 5.18에 대해서도『모든 문제를 역사에 맡긴다면 문민대통령이 취임한 보람이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35분간의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이 발언에 나섰다.대부분 金고문을 의식한 충성형 발언들이었다.
김영배(金令培)주비위원장이『反민자 反YS(김영삼대통령)민심을수용하고 97년 집권을 위해서는 신당과 새 지도자로서 金고문을필요로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
그러자 안동선(安東善.부천원미)의원등은『대통령감은 金고문밖에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을 받았다.
이날 의총은 대부분의 발언의원이 金고문의 말을 재탕삼탕 자신의 의견인양 강조하는 바람에 2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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