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닭장 신세’에 화난 박철우 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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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정상을 놓고 또다시 격돌한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네 시즌 연속이다.

현대캐피탈이 6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3차전에서 박철우의 ‘괴력’을 앞세워 대한항공에 3-1 역전승했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 1차전 완패를 딛고 2, 3차전을 내리 따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은 10일 대전에서 열린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현대캐피탈은 3-11까지 크게 뒤졌다. 상승세를 탄 대한항공의 승리가 점쳐졌다. 대기선수 코너(일명 닭장)의 박철우가 김호철 감독에게 ‘뛰고 싶다’는 눈빛을 강렬하게 보냈다. 2차전에서 이미 출전 요청을 묵살했던 김 감독이지만 시즌 최종전이 될지 모르는 이날마저 외면하긴 어려웠다. 코트에 선 박철우는 후위 공격으로 첫 점수를 땄다. 이어 믿을 수 없는 일이 이어졌다. 박철우의 스윙마다 현대캐피탈 점수가 올라갔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의 오픈 공격으로 23-22 역전하며 3세트를 잡았고, 여세를 몰아 4세트까지 따냈다.

한 세트 반만 뛴 박철우는 후인정·송인석(이상 13점) 등 선배들에게 1점 뒤진 12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70.59%나 됐다. 박철우는 “아무리 아파도 뛰지 못하면 화가 난다. 점수 차가 커 질줄 알았는데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대한항공은 앞선 공격력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세터 싸움에서 완패하며 설욕의 기회를 다음 시즌으로 미루게 됐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수(手)를 다 읽힌 감독도 이길 수 있다.(웃음) 박철우가 부상(기흉)이 있어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는데 3세트 들어 그 분풀이를 한 것 같다. 챔피언전까지 올라간 이상 목표는 우승이다. 챔피언전 때는 로드리고도 컨디션이 80~90%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 3세트 중반 신영수·장광균·보비 공격이 4개나 막히면서 분위기를 내준 게 컸다. 세트 초반 크게 앞서고도 2차전 때처럼 공격이 보비에게 몰렸다. 세터 한선수의 경험 부족이었다. 박철우를 막지 못한 것도 주요 패인이다. 

인천=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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