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一諾千金-신의는 천금보다 더 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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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漢)나라 초의 계포(季布)는 약속지키는 것을 생명보다 더중시했던 사람이다.
일찍이 항우(項羽)의 장수가 되어 유방(劉邦)을 여러번 괴롭혔던 적이 있었다.이 때문에 한나라가 서자 유방은 천하에 방(榜)을 붙여 그를 잡아오는 자에게는 천금의 상을 내리고 숨긴 자에게는 삼족(三族)을 멸하겠다는 엄명을 내렸다.
당시 계포는 복양(복陽.현 河北省)의 주(周)씨 집에 숨어 있었다.하루는 주씨가 말했다.
『지금 조정은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소.내 말을 듣든지,아니면 스스로 목을 베든지 양단 결정을 내리시오.』계포가 말을 듣겠노라고 하자 주씨는 그 자리에서 그의 머리를 깎아 거지차림으로 만든 뒤 수레에 처넣어 노(魯)의 주가(朱家)에게 팔아 넘기고 말았다.
물론 주가는 계포의 위인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짐짓 모른 척 하고는 몰래 당시 실력자였던 낙양(洛陽)의 하후영(夏侯영)을 통해 유방을 설득하도록 했다.
마침내 계포의 죄는 사면되었고 유방은 오히려 그를 낭중(朗中.장관)에 임명했다.
사실 주씨나 주가,하후영이 그를 밀고(密告)하지 않고 도와주었던 것은 그의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유행했다.
「황금 백 근보다 季布의 한번 승낙이 더 귀하다.」(季布一諾,重於千金).
여기에서 일낙천금(一諾千金)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과도 같은 뜻이라 하겠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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