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남은 ‘안도 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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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28면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침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두 달 반 만에 1760선을 회복했다. 뉴욕 증시도 고용사정 악화라는 악재에도 보합세를 보이며 내성을 보여줬다. ‘종말론’까지 언급됐던 시장엔 이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이끈 것은 미국의 강력한 의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구제금융과 금리인하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내밀며 신용경색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회사는 망해도 시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내보낸 셈이다. 시장은 이를 확실한 안전판으로 받아들였다.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한결 누그러졌다. 이번 랠리가 안도랠리로 해석되는 이유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미국으로선 국가의 존립이 뿌리째 흔들릴 만한 신용위기에 마냥 떠내려갈 이유가 없다. 달러가 없어 생기는 외환위기나 국채 상환이 중단되는 채무 위기가 나타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경제의 체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만 감수한다면 한국 같은 나라보다는 훨씬 쉽게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FRB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경기다. 금융시장을 동맥에 비유한다면 경기는 정맥이라 할 수 있다. 동맥에 수혈된 피가 모세혈관까지 흘러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경제는 아직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값과 소비의 하락세도 여전하다.

중간중간 막혀 있는 혈관도 뚫려야 한다. 미국의 금융회사는 수혈받은 돈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풀지 않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의 대출태도지수는 사상 최고로 보수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안전판이 도약대가 되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조짐이 나타나야 한다.

2분기를 맞은 시장은 진정한 터닝포인트가 될 경기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첫 단추는 미국의 주택시장이다. 고용과 소비·성장이 순차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현재로선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 바닥을 칠 것이란 낙관론과 최소한 내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맞선다.

올림픽을 코앞에 둔 중국 경제의 동향도 살펴야 한다. 성장동력이 훼손되진 않더라도 숨 고르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변수인 총선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90년대 이후 선거 이후 코스피지수는 여당의 과반수 확보나 여소야대 등의 정치지형과 무관하게 움직였다. 이보다는 최근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거시지표들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투자 기간에 따라 달라질 듯싶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이번 안도랠리가 1850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지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5% 안팎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모험을 걸기엔 너무 작지만 5년 이상을 본다면 괜찮은 시기일 수 있다. 비관론자도 미국발 경기침체가 2010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론 보지 않는다. 부족하지 않은 시장의 유동성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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