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전북 김제 표정, “밤잠 설치며 키웠는데 … 파묻으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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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김제군 용지면 일대는 긴장감이 흘렀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는 오가는 차량에 쉴 새 없이 소독약을 뿌려댔다. AI 발생 농가에서 300m쯤 떨어진 용암리 신암마을 입구에서는 흰 방제복에 마스크를 쓴 공무원들이 생석회를 살포하며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막았다.

현장에 긴급 출동한 질병관리본부 직원들도 인체 감염에 대비해 농민들의 혈청검사를 벌이고 있었다. AI가 직접 발병한 유모씨 농장에는 이날 포클레인 4대가 동원돼 논바닥 한가운데에 구덩이를 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농장에서 키우는 모든 닭을 땅에 묻는 살(殺)처분 작업을 위해서다. 산란용 닭 15만여 마리를 키우는 유씨 농장에서는 지난 1일부터 2300여 마리의 닭들이 집단 폐사했다.

농장 직원 이모씨는 “몇 달 전 새로 들여온 닭똥 처리 기계가 제대로 작동이 안 돼 가스가 새면서 닭들이 죽어나가는 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암마을은 김제시청, 축협 등에서 나온 방역차량이 쉴 새 없이 동네 골목길을 돌면서 소독약을 뿌려대고 있다. 이 마을은 150여 세대, 200여 명의 주민 중 절반이 양계·양돈으로 생업을 잇고 있다. 2006년 12월에도 10㎞ 떨어진 공덕면에서 AI가 발병해 주민들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주민 강모씨는 “밤잠을 설쳐가면서 닭 4만 마리를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모두 산 채로 묻어야 한다니 피눈물이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살처분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닭·달걀 평균 가격의 50%를 피해 농가에 보상금으로 지급한 뒤 차액은 나중에 정산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5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발생 농장으로부터 500m 이내의 네 농가에서 키우는 27만여 마리의 닭·오리를 살처분하는 작업을 5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3㎞ 이내(130여 농가, 140만 마리)는 ‘위험지역’으로 분류해 가축 이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10㎞ 이내(240여 농가, 340만 마리)는 ‘경계지역’으로 정해 가축 방역관의 감독 아래 제한적 이동만 허용된다.

전남·충남도 등은 전북 지역과 이어지는 인접 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가축 방역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는 등 비상대책에 들어갔다.

김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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