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총잡이" 고독한 여름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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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일 개봉한 『천재선언』이 극장마다 슬그머니 내려진 후한국영화들은 연중 최대 성수기라는 7월 한달을 외화에 내주고 있다.외화에 대항할 한국영화는 과연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김의석감독의 코미디 『총잡이』가 개봉된다.당초 개봉일보다 1주 늦춰지긴 했지만 한국영화팬들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자못크다.한국영화의 흥행성적을 보면 단연 돋보이는 것이 코미디물이고 이 영화는 이런 경향에 충실히 따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투캅스』의 관객이 82만명(서울에서만)이었고,『세상밖으로』26만명,『닥터봉』이 40만명이었다.특히 김의석감독의 이전작품『결혼이야기』와 『그 여자 그남자』는 각각 53만명과 24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이 장르에 재주를 발휘해 온 김의석감독을믿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아직 경쟁력있는 한국영화는 코미디물인 것이다.
『총잡이』에 이어 개봉하는 다음 작품 역시 블랙코미디 『도둑과 시인』이다.다음달 19일로 개봉날짜를 받아놓았다.뒤를 이어개봉할 영화들도 주로 코미디물인데 현재 촬영중인 『포르노맨』(여균동감독),『꼬리치는 남자』(허동우),『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구임서),『미끼』(박태우),『개같은 날의 오후』(이민용)등 대략 다섯편이 넘는다.
극장가는 『총잡이』에서 시동이 걸려 『도둑과 시인』으로 관객의 줄이 이어지면 잇따른 코미디영화들이 당분간 한국영화의 흥행을 선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총잡이』는 바로 이런 예측을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것이다.『총잡이』는 전형적인 블랙코미디다.
직장의 스트레스와 가장으로서의 중책감으로 인해 주눅든 평범한 사내가 우연히 권총을 손에 넣게 되면서 객기와 용기가 솟아나 잃고 있던 건강한 「남성」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권총은 여기서남성의 심볼을 상징,박대서 아내역 의 이화란과 대응됨으로써 성적 욕구를 의미한다.
일찌감치 이 장르에 천착해온 김의석감독의 매끄러운 연출,지난해 두번의 대마초 관련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지만 역시 독보적 연기력을 지닌 박중훈,상투적이지만 가끔 의표를 찌르는 시나리오(천명관.홍장호),3요소가 맞아떨어진 괜찮■ 상품 이다.특히 주인공 박대서와 은행강도(최종원)가 벌이는 말미의 신은 헬리콥터와 경찰차량들,대규모 인원이 동원돼 코미디물에서 흔치않은 「물량」을 엿보게 한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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