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학교 원어민 교사 교포·외국학생 현지 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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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3개 초·중학교에서는 캐나다인 교사(26) 한 명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이곳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부터다. 워낙 벽지여서 오려는 원어민 교사가 거의 없고 와도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어민 교사 채용을 담당하는 강한원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일반 교사보다 휴가와 근무수당을 더 주고, 1년 근무 뒤 도시 지역에 재발령해 주는 조건을 내세워도 오겠다는 원어민 교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원어민 교사난을 덜기 위해 올 여름방학부터 해외 교포 대학생과 한국학을 전공한 외국인 대학생을 원어민 교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교사 자격증이 없는 만큼 초·중·고교의 방과 후 학교에서 6개월~1년 동안 학생을 가르치게 될 전망이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3일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정기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의 영어교사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원어민 교사 구인난=지난해 12월 15일부터 새로운 ‘원어민회화지도 사증(E-2 비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구인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새 제도에 따라 강사를 하려는 외국인은 ‘범죄경력증명서’ ‘건강진단서’를 내야 한다.

비자를 받으려면 ▶모국어가 영어인 국가의 시민권자로 ▶현지 취학 경력이 10년 이상이며 ▶학사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한다.

한장수 강원도 교육감은 정기회에서 “지방 학교의 원어민 교사난은 지방 중1 학생들의 영어 성적(진단평가 결과)이 서울보다 평균 9점까지 뒤진 요인 중 하나”라며 “지역 간 영어성적 격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국 16개 교육감들은 이날 “E-2 비자 취득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 장관은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교포 학생을 투입하면=교과부는 영어 교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한국에 관심이 많은 교포 대학생과 외국인 대학생을 영어 강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식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 후 학교에서 자원봉사 자격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이들은 교과부가 마련하는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교과부는 선발인원·자격요건·선발 절차를 이달 말 확정할 계획이다. 영어강사 대상자는 외교통상부와 함께 해외 공관이나 해외 한인학생회, 교민회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귀국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왕복 항공비 일체와 강사료도 받는다.

강홍준·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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