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시절이 수상할 땐 양다리가 최고 … 결론은 혼합형 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회사원 이모(36)씨는 지난해 11월 펀드에 가입했다.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투자자금을 신한봉쥬르차이나펀드와 슈로더브릭스주식형,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에 나눠 넣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참담하다. 이익은 고사하고 펀드마다 7~15%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 때문에 고민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 침체 때문이다. 분산 투자를 한다고 했는데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분산 투자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산 일부는 안전자산에=펀드를 여러 개 갖고 있는 투자자도 자산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한 편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산 대부분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투자 지역도 한국과 중국·인도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유행을 좇다가 사실상 ‘올인’ 투자를 한 셈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분산 투자를 한다면 자산의 일부를 안전자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율은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선진국에서는 11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비율)만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는 ‘110의 법칙’을 사용하기도 한다. 40세라면 자산의 70%(110-40)만 주식형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 상품으로 분산 효과를=문제는 투자자금이 적을 경우 안전자산에 분산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적은 돈을 쪼개 채권에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 혼합형 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 혼합형 펀드는 투자자산의 일부를 주식에, 나머지는 채권 같은 보다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 혼합형은 자산의 40~70%, 채권 혼합형은 이보다 적은 40%까지만 주식에 투자한다. 우리투자증권 김석호 PB전략센터장은 “혼합형 펀드는 상품 내에서 자체적으로 자산 배분 효과를 내기 때문에 돈을 쪼개지 않아도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권의 안정적 수익으로 주식 수익률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변동이 심할 때는 성적이 좋은 반면 주가가 오를 땐 주식형 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긴 어렵다.

하지만 1년 수익률이 주식형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주식 혼합형 펀드들도 나오고 있다. ‘KTB엑설런트주식혼합C’는 1년 수익률이 48.7%로 주식형 펀드보다 오히려 높았다. ‘하나UBS인베스트연금혼합’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혼합형’ 역시 1년 수익률이 20%를 넘는다. 같은 기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4%였다.

◇투자자·운용사 관심 높아져=주식 시장의 조정이 계속되면서 그동안 관심 밖에 머무르던 혼합형 펀드를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조8700억원 수준이던 주식 혼합형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주말 14조5000억원에 다가섰다. 지난달 해외 펀드를 중심으로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식 혼합형 펀드에는 3월에만 1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꾸준히 돈이 몰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 애널리스트는 “혼합형은 주식 비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위험 자산을 줄이기 때문에 하락장 또는 횡보장에서 성과가 좋은 편”이라며 “최근 조정 장세가 길어지면서 혼합형에도 눈길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들도 혼합형 펀드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혼합형 펀드 수는 올 1월 3개에 불과했지만 2월 9개, 3월 11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주식형의 경우 지난해 12월 20개가 새로 나왔지만 올 2월에는 17개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12개에 그쳤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