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5.교과서에서 시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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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회에 논술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나간후 한 고교 사회과목 담당교사는 『교과서로는 논술을 가르칠 수 없으며,그렇다고 다른 적합한 교재가 없어 고민』이라며 좋은 교재가 될만한 책이 없는지 문의해왔다. 교과서는 잡다한 단편적 지식을 나열하기 보다 학생들이 문제에 깊게 접근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식틀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논술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우리처럼 누가 몇년에 어떤 이론을 만들어냈다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서두에 문제상황을 제시하고,그 문제와 관련된 이론의 중요한 대목을 원서에서 발췌해 싣고 있다.
다음에 그것을 토대로 생각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현재의 논의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참고자료를 싣는다.
또 교사들이 교재 내용과 관련된 자료들을 제공해 학생들에게 보다 풍부하고 종합적 지식을 갖도록 유도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교과서로는 논술에 대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그러면 우리의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역설적이지만 불충분한 교과서라 할지라도 그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왜냐하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고려해 대입논술 논제의 출제는 어떤 식으로든 교과서의 내용과 관련된 논제를출제하기 때문이다.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올 입시 논술문제는 교과서를 참고한 것이 대부분이며,대표적으로 94년 서울대 논제중 하나인 「자본주의 근본모순」을 요구한 논제도 교과서 사회 및 윤리과목에서 추출한 것이다.
또 이번에 연세대가 제시한 모의 논제도 대부분 고등학교 교과서에 충분하지 않지만 언급되어 있는 것들이다.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만 살펴보더라도 「상식과 진리」는 51~52쪽,「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은 1백68~1백88쪽,「인공지능」 은 1백16~1백21쪽에서 언급되고 있다.
물론 이 교과서 내용만으로 논제에 대한 답을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교사가 인문.사회과학 도서들을 섭렵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보조자료를 만드는등 많은 준비와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다음 회에는 「교 과서에서 어떤 문제들이 출제될 수 있나」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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