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FTA 협상부터 빨리 시작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가 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북아 포럼’에 참석해 북핵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북은 압박을 가한다고 쉽게 포기하고 양보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화·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 대사는 1일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닝 대사는 ‘한국 신정부와 중·한 관계’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를 중국이 갖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은 할 수 있는 노력을 이미 다 했다”며 “핵은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이며 열쇠는 미·북에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열쇠를 가진 사람이 열지 않고 열쇠가 없는 사람에게 문을 열라 하면 안 된다. 중·한은 북미 양측의 접근을 옆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상대에게 먼저 할 것을 요구하지 말고 스스로 한 걸음을 나가야 빨리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미·북 관계 정상화가 북한 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닝 대사의 일련의 발언은 개성 경협사무소 남측 당국자 철수, 신임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청문회 발언에 대한 북한의 사과 요구, 북한 노동신문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표현 등 북한이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선 데 대한 중국 측의 시각으로 해석된다. 닝 대사는 북핵 문제에 대한 다소 비판적 시각을 제외하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외교·안보·경제·문화·국제 협력 등 여러 방면에 걸친 매우 중요한 이웃 파트너”라며 “중국의 현대화라는 전략적 목표 실현에 평화적 주변환경이 필요한 만큼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이는 중국에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무역과 관련, “지난해 중국 측 적자가 400억 달러, 수교 이후 누적 적자가 2600억~2700억 달러”라며 “그러나 구조적 문제여서 이해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한·중 FTA와 관련, “조속히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협상을 우선 시작해서 타결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타협과 양보를 통해 완전한 FTA를 체결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국 관계의 확대 발전을 위해 정상급 지도자, 국회, 외교 당국, 싱크탱크 사이의 의사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는 ‘4통(通)론’도 제기했다.

특히 최근 갈등 소재로 등장하는 중국인의 ‘혐한(嫌韓) 정서’에 대해 “이 문제가 과연 존재하는지 자체를 의심한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한 지 30년이 됐지만 정부 내에 ‘혐한’이란 정책은 없으며 중국인 대부분은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중국인의 개인 의견을 가지고 전체를 일반화하지 말라’는 뜻으로 “나뭇잎이 눈을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글=안성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