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교민 불황에 신음-초긴축정책에 자금회전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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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부에노스아이레스=聯合]아르헨티나의 전반적인 불경기로 교민사회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아르헨티나 당국의 超긴축정책 수개월동안 공공지출이 동결된데다은행마저 대출을 중단함에 따라 자금회전이 멈추면서 교민사회 전체에 여파를 끼치고 있다.
자금난과 도산율이 특히 심각한 분야는 섬유.봉제업계로 올들어지난달까지 1백78개의 섬유업체가 파산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 교민사회의 특성상 교민들은 대부분 섬유와 봉제업에종사하고 있어 교민들의 걱정과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침체에 자금회전까지 막히면서 채무를 청산할 길이 막연한 일부 교민은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아르헨티나의 인접국으로 「도피하는」 사례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교민섬유업자들의 모임인 원단.원사협회가 최근 이례적으로 긴급총회를 가진 것도 이런데서 연유한다.
협회는 불황의 여파로 나타나는 상거래상의 각종 문제점을 논의한 끝에 부채를 해결하지 않은채 도주 또는 잠적한 교민에 대해서는 개인 신상을 미국이나 인접국의 교민언론에도 공개,더이상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기로 결의했다.
88~89년에 신청한 미국 이민 비자가 올들어 대량 발급된 것도 교민사회의 이반현상을 부채질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르헨티나 주재 美대사관측은 한인들에 대한 정확한 비자발급건수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교민사회에서는 현재 5백~6 백가구에재이주 비자가 발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민사회의 변화는 교회나 성당.사찰의 신도수와 헌금액이 최근수개월동안 눈에 띄게 줄고 각종 모임으로 떠들썩했던 한인촌내 교민식당들이 활기를 잃어가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교민들은 그러나 아르헨티나 전체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는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상당한 빚을 진 채 야반도주하는 교민들이 서서히 늘면서 전체 교민사회에 불신풍조를 남기지나 않을까 염려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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